▶ 6회 디아즈 누르고 WBC 웰터급 세계왕좌 지켜
잽은 멋으로 던지는 게 아니다. 가볍게 툭툭 던지는 잽 하나 하나는 상대 펀치를 안전선 바깥에서 맴돌게 하고 자신의 공격 타이밍과 거리를 측정하는 중요한 도구다.
패배를 모르는 철권 ‘슈가’ 셰인 모즐리가 면도날같은 왼손 잽으로 WBC 웰터급 세계타이틀을 지켰다. 35전 전승 32KO의 챔피언 모즐리는 4일 프로복싱의 전설적 명소 뉴욕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벌어진 타이틀 매치에서 도전자 안토니오 디아즈를 6회 KO로 제압, 지난 6월 오스카 델 라 호야로부터 챔피언벨트를 빼앗은 뒤 세번째 승리를 거뒀다.
"이게 바로 슈가타임!"
캔버스에 무릎을 꿇은 디아즈를 뒤로 하고 모즐리는 이렇게 소리쳤다. 그러나 왼손 잽이 아니었다면 슈가타임은 끝내 피워오르지 못할 수도 있었다. 도전자 디아즈는 96년 이후 단 한번도 패하지 않은 만만찮은 무쇠주먹(이날 경기 포함 33승3패, 22KO승). 게다가 모즐리를 제물로 중량급 최강자로 발돋움하려는 그의 야심은 1라운드 시작종이 울리기 무섭게 휘둘러대기 시작한 묵직한 주먹 하나하나에 잔뜩 실려 있었다.
그러나 무쇠 방패를 찌를 뜻한 불화살도 끝닿은 곳에 이르면 얇은 비단 한 장 뚫을 힘조차 없는 법. 디아즈의 힘실린 펀치들이 그랬다. 어금니를 막물고 휘둘렀지만 번번이 모즐리의 왼손잽 때문에 목표물에 접근하지 못한 채 허공만 가르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자기 힘만 갉아먹었다.
좌로 우로 앞으로 뒤로 거의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경쾌한 스탬과 잽으로 견제하던 모즐리는 2라운드 또다시 큰 손질로 대항하는 디아즈의 빈틈을 비집고 왼손잽에 이은 오른손 강펀치를 안면에 적중, 첫 번째 다운을 빼앗았다.
"때릴 곳이 한두군데 아니더군. 던지면 척척 먹히는데 뭘. 때려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모즐리는 서두르지 않았다. 세계정상에 오르기까지 숱한 강호들을 때려눕히며 얻은 교훈은 ‘작은 기쁨에 들뜨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정자세를 잡고 왼손 잽으로 요모조모 따져보며 ‘만조기’를 기다리다 어느덧 6라운드.
시간이 흐를수록 다급해진 디아즈는 6라운드들어 거의 마구잡이성 펀치를 휘두르는 등 더욱 욕심을 부렸다. 타다닥. 모즐리는 더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고 작심한 듯 번개같은 잽을 연속 집어넣는가 싶더니 아껴둔 회심의 오른손 한방을 우겨넣었다. 욕심덩이 펀치를 난사하던 6년무패 디아즈는 그제서야 마음을 비운 표정으로 무릎을 꿇으며 앞으로 폭삭. 초조감과 욕심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매’를 벌어들인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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