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내 고향처럼 사계절이 있는 고장이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자연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지곤 한다.
자연과 가까이 해보면 해 볼수록 우리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온 것을 절감한다. 결국 ‘나’라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느낄 때, 진짜 사람의 가슴이 되는 것이다.
봄이 오면, 하루라도 먼저 꽃을 보고 싶어 정원으로 자꾸만 눈길을 쏟고, 조그맣게 싹트는 나무에서 그 신비로움으로 벅차도록 안고 물주어 손질하며 정원을 가꾸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라고 번성하는 그들은 점점 가까이 서게 된다.
여름이 되면서 뜨거운 땡볕과 소나기가 번갈아 오면 대개 우리는 꽉찬 그 꽃밭을 실내로부터 바라볼 뿐이었다.
요즈음은 밤과 새벽 기온이 제법 차다. 꽃이 하나씩 하나씩 져가고 있고 나뭇잎도 한 잎, 한 잎 떨어지는 것이다. 몇몇 일년초들은 이미 거둬내고 맨살을 드러낸 땅에는 그들의 그림자 마저도 없다. 집채가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어났던 벚꽃나무도 점점 제 몸에서 비늘을 떨구듯 나뭇잎을 떨어 보낸다. 조금씩 조금씩 나의 정원은 비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름엔 저 건너가 보이지 않고, 저 건너에서 내 집안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잎이 지기 시작하던 나무는 점점 제 몸매를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이제 비로소 사이 사이가 틈이 되어가고 있다.
가을은 이렇다.
이제 서로 서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 제 몸에서 겉 모습, 겉꾸밈, 곁붙인 것들이 툭-툭 떨어지고 나면 진짜 몸매로 세상 앞에 서는 것이다.
봄 여름에 살찐 것들, 또 그때에 우리를 가리던 것들, 우리를 그때 그 순간 만족시키던 것들을 쏟아버린 후에야 우리는 그 틈새와 여유를 통해서 저 건너에 있는 것들을 보고, 서로 서로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이럴까?
나의 중년 풍경은 어떤가?
이쯤에서 몸을 불리는 일은 멈추자. 빽빽한 스케줄에 나를 대입할 것이 아니라 사람도 친구도 하던 일도 조금씩 정리해야지 진정한 삶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내기 위해서는 크게 보아 내가 원래의나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무가 이 가을에 하고 있는 작업은 우리보다 먼저 하늘의 뜻을 따르고 있는 것을 본다. 나무는 자연과 가깝기에 우리보다 먼저 그리고 우리보다 자연스럽게 그 뜻을 따르는 것 같다.
올려다 보면 멀지 않아 빈 가지 사이 사이로 하늘을 나누면서 나무는 사방으로 자유를 부를 것이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우리의 몸은 가벼워지고 우리의 마음이 벗은 나무가지처럼 되어간다면 머지않아 하늘을 차지하고 서로가 서로를 투명하게 바라볼 것이다. 우리 그 때에 온 몸을 흔들어 인사하리라.
바람 속에는 영원으로 가는 영혼의 노래가 세상을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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