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지 보도…청소년에 악영향 근절대책 시급
스포츠는 정치를 비웃는다.뭔가 의뭉스럽게 전개되는 반칙투성이 정치판과는 달리 공개된 멍석에서 펼쳐지는 스포츠엔 반칙이 발붙일 틈바구니가 좁고 있더라도 금방 제재의 올가미를 쓰게 돼 그만큼 청정하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 돈으로 랭킹을 사고파는 프로복싱계의 검은 의혹, 올림픽 유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악한 스캔들 따위는 선수들이 아닌 ‘스포츠정치꾼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선수 자신들도 스포츠의 참모습을 일그러뜨리는 주연배우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것은 일상화의 단계에까지 온 금지약물 복용. 11일자 뉴욕타임스지는 선수·지도자 등 25명 남짓한 ‘메이저리거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토대로 금지약물 ,특히 근육강화제의 일종인 스테로이드 남용이 메이저리그에 만연돼 있다고 지적했다.
플로리다 말린스의 외야수 클리프 플로이드는 아예 "메이저리거의 40%는 스테로이드를 복용해오고 있다"며 "요즘 선수들은 (경기력 향상에) 도움만 된다면 뭐든지 하려고 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태평양 연안에 근거지를 둔 어느팀의 감독은 "나는 그게 매우 널리 퍼져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 뒤 "요즘 선수들 몸집을 보라. 그게 무슨 (풋볼의) 라인배커들이 야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느냐"고 우회적으로 답변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경우 지난 3년동안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도핑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25명이 스테로이드 양성반응을 보였으며 메이저리거들도 매년 5명에 1명꼴로 양성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신문은 또 콜로라도 로키스의 경우 선수들중 30%가 일정기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는 자체 조사결과가 있고 지난 6월 보스턴 레드삭스의 내야수 매니 알렉산더의 승용차 안에서도 스테로이드가 발견된 점 등을들어 그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같은 실태는 NFL 등 다른 종목에서도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금지약물 복용이 단기적인 경기력 향상에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끝내는 선수 자신을 파멸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스포츠스타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그들을 우상으로 여기는 청소년들의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회적 파급 또한 만만찮은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약발’에 힘입은 각종 기록들을 스포츠역사의 이름으로 보존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 또한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편 98년과 99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마크 맥과이어(세이트루이스 카디널스)는 파워보강을 위해 앤드로스틴다이온이라는 강화제를 복용했다고 시인한 뒤 금지약물로 지정돼 있지는 않지만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 스스로 복용을 중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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