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 식당, 여행사, 음반가게 이름으로 변신
말레이지아가 인쇄, TV, 라디오 및 빌보드등 모든 매체를 통한 담배 광고를 금지한지 7년이나 됐건만 아직도 ‘세일럼’ ‘벤슨 & 헤지스’ ‘윈스턴’ 이름이 들어간 빌보드들은 거리에서 숱하게 볼 수 있다. 이 빌보드들은 담배가 아니라 그 이름의 여행, 의류 및 식당을 광고하는 것이다.
말레이지아에 7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음반가게 ‘세일럼 쿨 플래닛’이 주최하는 연주회 광고는 신문과 TV, 라디오에 모두 나오며 TV를 통해 소비자들은 ‘브리티시 아메리컨 토배코(BAT)’사가 제조하는 담배 상표인 ‘페릴리스’가 후원한다고 밝힌 영화 광고를 수없이 본다. 뿐만 아니라 순님들은 ‘캐멀’ 옷가게 15개, ‘피터 스터이브산트’ 여행사 2개, ‘벤슨 & 헤지스’ 식당 4개를 들락거린다.
말레이지아 공중보건국 차장 H.J. 살레후딘은 "담배회사들이 찾아내 이용하고 있는 법조문상의 헛점을 빨리 수정하지 않았다"며 빨리 제한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말레이지아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담배회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기들의 유명한 이름을 담배 이외의 제품에 사용하도록 전세계적으로 허가, 유럽에서는 특히 ‘카멜’ 구두와 ‘말보로 클래식’ 옷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흡연반대 운동가들은 말레이지아는 담배회사들이 담배에 대한 직접 광고 금지 조항을 어떻게 우회해서 패션이나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음악등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담배 이름을 광고하는지 가장 좋은 실례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세계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어 담배회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아시아 제국에 이런 수법이 수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담배회사들의 간접 광고 수법의 가장 좋은 예는 ‘벤슨 & 헤지스 비스트로’를 보면 알 수 있다. 말레이지아의 차량 통행이 많은 고속도로 주변에 세워진 빌보드에는 ‘벤슨 & 헤지스’ 이름중 &만이 유독 크게 강조되어 있고 ‘비스트로’는 아주 조그맣게 쓰여 있다. 사람들이 ‘나이키’의 로고만 보고도 나이키임을 식별하듯 &만 보면 ‘벤슨 & 헤지스’를 떠올리게 하려는 고도의 마키팅 책략이라는 것이다.
물론 담배회사들은 자기들의 이름을 비담배 제품에 사용허가한 것은 사업상의 일이지 흡연을 권장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고 이들 담배 이름의 사용허가를 갖고 있는 것은 담배회사들은 아니다.
담배 이름은 오래전부터 미국 이외 지역의 비담배 제품에서 사용되어 왔다. ‘카멜’ 의류는 1970년대부터, ‘말보로 클래식’ 의류도 13년전부터 생산됐지만 미국에서는 판매되지 않았다.
미국 담배회사들은 1998년, 46개 주정부가 제기한 소송과 관련한 합의에 따라 담배이름 상표가 붙은 모자, 티셔츠 및 기타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카멜’의 경우 전세계에 98개 독립 매장과 451개 부속 매장을 갖고 작년에 10년만에 두배로 늘어난 5억72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말보로 클래식’의 경우도 작년 매출이 2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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