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반핵그룹 1981년 시작한 텐트생활 청산
같은 장소에서 야영을 19년간 계속할 수 있을까.
지난 주 영국 그린햄에 있는 공군기지 인근에서는 반핵을 주장하면서 냉전시대가 극에 달했던 80년대초부터 현재까지 시위를 해왔던 여성그룹이 마침내 해산했다.
핵무기 반대를 외치면서 이들 여성들이 영국남부 버크셔지역 그린햄에서 시위에 돌입한 것은 지난 1981년.
’여성 평화캠프’가 생겨난 것은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 96기가 1983년부터 이곳에 배치될 것이라는 발표가 나온 직후였다.
"오늘은 우리모두에게 매우 뜻깊고 기쁜 날이다. 하지만 우리의 요구와 주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텐트생활로 열다섯 번의 겨울을 지낸 진 허친슨은 이렇게 말했다.
반핵 여성들은 텐트생활을 하면서 크루즈 미사일주위에 둘러진 철조망을 절단, 진입하는가하면 기지주변에서 대규모 시위를 유치했다. 때로는 텐트촌을 철거하기 위해 불도저를 앞세우고 출동한 경비요원들과 육탄전을 벌이기도 했다.
시위가 절정에 달했을 때는 대부분이 여성인 3만여명의 군중이 손에 손을 잡고 기지를 에워싸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이 반핵시위에서 남자들의 참여가 거부된 것이다. 왜냐하면 남자들의 거친 성향이 자칫 ‘평화적’ 시위의 기본취지를 그르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린햄 여성반핵시위는 지난 1992년 마지막 크루즈 미사일이 기지에서 철수하면서 마침내 목적을 달성했다.
웨일즈의 카디프에서 그린햄까지 열흘을 걸은 1981년의 반핵행진에 참가했던 수 렌트는 시위가 이처럼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는 상상도 못했다.
"시위는 단순하게 행진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우리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시위를 연장하기로 했다. 전에 데모라고는 해보지 않은 여자들이 많이 참가했고 어린이까지 데리고 참여한 사람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시위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냉전이 종식되고 크루즈 미사일이 모두 철수했지만 소수의 여성들은 핵무기 반대에 대한 의식을 드높히기 위해 캠프를 계속했다.
이곳에는 앞으로 일곱 개의 거석이 세워지고 지구, 공기, 불, 물을 상징하는 두 개의 조각이 자리를 잡게 된다. 시위에 참가했던 여성들은 내년의 시위 20주년에 맞춰 기념비 건립에 분주하다.
미 공군기지가 철수한지 5년 후인 지난 1997년 당국은 유럽최장의 활주로를 불도저로 해체, 자연의 상태로 복원시켰다. 회색 콘크리트 대신 히드 관목이 들판을 덮게 된 것이다. 또 다른 900에이커는 공업단지로 변했다.
"이것은 핵무기가 배치돼 있던 기지가 평화적으로 전환된 첫 번째 케이스다"
허친슨은 말한다.
"남자들은 전쟁을 향해 집을 떠났고 우리 여자들은 평화를 위해 집을 나섰다. 시위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기치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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