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물이 있는 풍경’ 전문 물은 물오리를 붙잡아두지 않는다 저 물에 잠긴 주검들이 물을 붙잡지 않듯이 물은 물오리를 붙잡지 않는다 물오리는 물의 혼백처럼 물 위에 떠 …
[2008-07-29]정 겸 ‘행복한 밥상’ 전문 어머니와 딸아이가 겸상을 하고 있다 네모난 교자상위에 엷게 그려진 문양 미역줄기 우거진 바닷말 사이로 한 무리의 멸치 떼가 지나가고 고등…
[2008-07-24]이규리 ‘뒷모습’ 전문 어떤 스님이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목살 두어 근 사들고 비닐봉지 흔들며 간다 스님의 뒷목이 발그럼하다 바지 바깥으로 생리혈 비친 때처럼…
[2008-07-22]신달자 ‘열애’ 전문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 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밴드를 묶다 다시 …
[2008-07-17]신정민(1961~) ‘해’ 전문 깊은 바다 어딘가에 해를 만드는 대장간이 있다 울렁이는 파도거죽 들추면 쇳덩이 두들기는 메질소리 불이 괄하게 핀 화덕 속에서 방금 …
[2008-07-15]김 윤 ‘연꽃’ 전문 사기점골 지나 신지리 늪지 가득 퉁퉁 눈이 부은 팔월 연잎들이 분홍색 상여 몇 채를 끌고오네 우두커니 발 딛고 선 둔덕 마음이 허벅지…
[2008-07-10]복효근 (1962~) ‘상처에 대하여’ 전문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 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
[2008-07-08]양애경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전문 날마다 한치씩 가라앉는 때 주변의 모두가 의자째 나를 타고 앉으려고 한다고 나 외의 모든 사람에겐 웃을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될…
[2008-07-03]서안나 ‘구석에 관하여’ 전문 구석은 모퉁이의 안쪽이다 그대 혹은 내 마음의 안쪽이다 내가 세상을 이탈한 흔적이다 구석은 속닥거린다 구석은 키스를 만들고 눈물을 만든…
[2008-07-01]정현종(1939~) ‘견딜 수 없네’ 전문 갈수록, 일월(日月) 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
[2008-06-26]임재춘 ‘끝물’ 전문 더덕 꽃은 울타리에 종소리로 매달려있다 백일홍은 씨방을 키우고 기다란 대궁에 늦옥수수 수염이 말라간다 나팔꽃줄기 매달린 전봇대 밑에 …
[2008-06-24]김종철 (1947~) ‘칫솔질을 하며’ 전문 요즘은 이 닦는 법을 다시 배웁니다 하루에 세 번, 삼종기도처럼 닦습니다 아침에 하는 칫솔질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
[2008-06-19]김영남(1957~) ‘그리운 옛집’ 전문 옛집은 누구에게나 다 있네. 있지 않으면 그곳으로 향하는 비포장 길이라도 남아 있네. 팽나무가 멀리까지 마중 나오고, 코스모스가 양…
[2008-06-17]강인한 ‘능소화를 피운 담쟁이’ 전문 뜨겁게 데워진 돌벽 위에 손을 내밀었다 담쟁이의 망설임이 허공에서 파문을 만들었다 파란 물살에 문득 누군가의 마음이 걸렸다 …
[2008-06-12]조말선(1965~) ‘얼굴의 법칙’ 전문 아침마다 얼굴을 씻는다 얼굴이 벗겨진다 저녁마다 얼굴을 씻는다 얼굴이 벗겨진다 수건이 점점 무거워진다 사람들이 내…
[2008-06-10]질기고 긴 문장 붕대로 꿈틀대는 그리움을 꽁꽁 殮해 두러 간다 과월호 잡지 신세 같은 쓸쓸함을 훌훌 거풍시키러 간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에도 깨서 보채는 외로…
[2008-06-05]황규관(1968~) ‘패배는 나의 힘’ 전문 어제는 내가 졌다 그러나 언제쯤 굴욕을 버릴 것인가 지고 난 다음 허름해진 어깨 위로 바람이 불고, 더 깊은 곳 …
[2008-06-03]이준관 (1949~) ‘구부러진 길’ 전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
[2008-05-29]이영옥 (1960~) ‘민달팽이의 길’ 전문 김장배추를 다듬다 만난 놈 신문활자 위에서 벌거벗은 자신의 상황에 놀란 듯 더듬이를 마구 휘두르고 있다 예상치 못한 …
[2008-05-27]이은림(1973~) ‘피안(彼岸)’ 전문 저 집들, 언제 강을 건너 저렇게 무덤처럼 웅크리고 앉았나 아무도 몰래 건너 가버린 저 산들은 어떻게 다시 또 데려오나 …
[2008-05-20]뉴욕주 예비선거가 25일 뉴욕시를 비롯한 주 전역 투표소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연방상하원의원과 주상하원의원 등 11월 본선거에 출마할 각 정당…
“한미동맹은 6.25 전쟁 때 흘린 한미 양국 참전용사들의 피로 맺어진 혈맹입니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25일 한미 양국의 6.25 참전용사들…
‘도전 속에 싹트는 희망’을 주제로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양일간 메릴랜드에서 열린 제 2회 전미주장애인체전(대회장 송재성)이 지난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