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후기 ‘퇴행성 관절염’ 전문 물 대접에 담긴 젓가락이 힘없이 구부러지는 병상 위 밥상을 바라본다 뼈가 닳도록 먹을 것을 집어 나르던 저 가느다란 젓가락은…
[2008-10-09]손순미 ‘동해남부선’ 전문 모든 것이 발열하는 청춘이었다 벌겋게 달궈진 석쇠 위를 고등어 같은 열차를 타고 달려갔다 창문으로 바다가 상영될 때마다 우리들에게 …
[2008-10-07]김남조 (1927~) ‘기차’ 전문 기차가 멈추고 사람 하나 내 앞에 내렸다 그 사람은 나의 식탁에서 내 마음 몇 접시를 먹곤 그의 종착역으로 다시…
[2008-10-02]신천희 ‘뚱보새’ 전문 낭창낭창 나뭇가지 끝에 앉아 있는 참새 한 마리 뚱뚱보가 될까봐 남들이 놀릴까봐 걱정이 태산 같아요 먹는 것도 없는데 언제 이렇게 몸이…
[2008-09-30]한우진 ‘북’ 전문 아버지는 북이다 한 번도 북을 두드려 보지 못하고 북을 향해 누웠다 나는 생전의 아버지 앞에서 한 번도 북을 위로 놓고 지도를 펴보지 않았다 북을 발밑에…
[2008-09-25]함민복 (1962~) ‘선천성 그리움’ 전문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
[2008-09-23]나희덕 (1966~)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전문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
[2008-09-18]장석남(1965~) ‘水墨 정원 7 - 우리는 늙으면’ 전문 우리는 늙으면 저녁별을 주로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늙으면 문턱에 앉아서 부는 바람도 느껴볼 것이다 …
[2008-09-16]박형준(1966~) ‘여행’ 전문 어둠속에서 강은 물살에 흔들리며 떠밀리지 않으려는 듯 뒤척이며 띠를 만든다 불빛이 물에 떠 있는 浮橋인 셈인데 나는 그…
[2008-09-11]한미영 ‘밀가루 반죽’ 전문 냉장실 귀퉁이 밀가루 반죽 한 덩이 저놈처럼 말랑말랑하게 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동그란 스텐그릇에 밀가루와 초면(初面)의 물을 …
[2008-09-09]김형영(1944~) ‘통회시편’ 전문 뱀보다 더 아름답게 우는 것은 없다. 뱀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다만 스스로를 동여매며 운다. 땅…
[2008-09-04]김윤희(1939~) ‘젖’ 전문 이십 구세 중국 여자경찰 장샤오쥐안(蔣曉娟) 지난 쓰촨(四川) 지진 때 아홉 아기에게 자신의 젖 찢어 먹였다 수제비 빚듯 뜯어 …
[2008-08-28]유안진 (1941~) ‘비 가는 소리’ 전문 비 가는 소리에 잠 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 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의 음정(音程) 밤비에도 못다 …
[2008-08-26]이재무(1958~) ‘내 몸 속에는’ 전문 두 마리 서로 다른 짐승과 동물이 산다 그러나 이들이 사이좋게 이웃하며 산 적은 없다 순종이 안에서 한가롭게 어슬렁…
[2008-08-21]장철문(1966~) ‘참외 꼭지’ 전문 여러 날 따지 못했다 때를 놓쳤다 우리 부부는 싸웠고, 참외는 개미가 먹었다 포식을 했다 줄줄 흘러내린 과즙은 …
[2008-08-19]정진명 ‘사랑의 자세’ 전문 허공 가득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려 온 팔을 치켜든 나무들과 땅바닥에 떨어진 볕을 한 낟이라도 더 받으려 푸른 거미줄 펼친 냉이싹을 보면 …
[2008-08-14]정찬교(1957~) ‘九天’ 전문 일찍 죽은 아버지들은 말이 없다. 일찍 죽은 아버지들은 고뇌 한 점을 헐값에 팔아치웠다. 일찍 죽은 아버지들은 빈들에 오래 머무르지 않…
[2008-08-12]장인수 ‘울음 곳간’ 전문 딱따구리는 애벌레를 만나기 위해 나무를 쪼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떤 녀석은 순전히 나무의 가장 안쪽 심장부인 나무의 자궁에 울음 곳간을 …
[2008-08-07]박영희 ‘접기로 한다’ 전문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
[2008-08-05]권애숙 ‘건너뛰는 밤’ 전문 5월 무논은 울음을 키우고 울음과 울음 사이에 길이 있다 울지 않고는 개구리밥처럼 벌어지는 나도 두 발 벗은 너도 걸어갈 수 없으리라 사…
[2008-07-31]뉴욕주 예비선거가 25일 뉴욕시를 비롯한 주 전역 투표소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연방상하원의원과 주상하원의원 등 11월 본선거에 출마할 각 정당…
“한미동맹은 6.25 전쟁 때 흘린 한미 양국 참전용사들의 피로 맺어진 혈맹입니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25일 한미 양국의 6.25 참전용사들…
‘도전 속에 싹트는 희망’을 주제로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양일간 메릴랜드에서 열린 제 2회 전미주장애인체전(대회장 송재성)이 지난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