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 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
[2009-12-17]이십 년간 만나지 못한 아버지가 꿈에 보인다 마당 휑한 고향집 새벽에 눈 내렸다고 어서 일어나 눈 쓸란다 주먹만한 함박눈이 바람도 없이 쌓이는 밤 하루 지난 소식을 …
[2009-12-15]또 배탈이군. 한때 돌조차 삭이던 위장이었는데. 그렇지, 장모가 전라도 배추를 경상도 고춧가루로 버무린 탓일 거야. 아냐, 맥도널드 햄버거에 우리밀 빵을 함께 먹은 탓인지도 몰라…
[2009-12-10]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이제는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지…
[2009-12-08]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2009-12-03]A : 얘 사고 난 거 아냐? B : 어유, 그 형이 사고를 내요? 형, 그 형 차 안 타 봤어요? 주행속도 평균 이십 킬로 미터야요. C : 야! 차 슬슬 몬…
[2009-12-01]삼척에 가서 도루묵을 먹었네 말짱 도루묵이란 말이 가슴에 사무쳐 먹었네 어쩌면 세상 일이 온통 말짱 도루묵이라는 생각이 들었네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 상관없고 귀하고 …
[2009-11-26]아이가 걸어간다. 늦가을 과수원 한 귀퉁이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가지 사이로 한 알 붉은 사과를 찾아낸 탄성. 태풍에 스러져간 푸른 열매들의 영혼이 몇 점 구름이 되어…
[2009-11-24]아파트 주차장에서 이웃집 아주머니가 울면서 집으로 간다 아주머니의 뒤를 따라 아저씨가 집으로 간다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눈두덩이에는 …
[2009-11-19]사무실 건물 환경원 아줌마가 옥상에 감자를 심어 길렀다고 오늘 캤다고 뜨끈뜨끈한 주먹만한 감자 세 알씩을 사무실마다 돌리며 귀한 거니 잡수어보시라고 했다 세알을 맛있게 다 먹었다…
[2009-11-17]50년대 혹은 60년대 지금보다는 많이 가난했던 시절 거리엔 비 오는 날에도 우산도 없이 다니는 사람들 꽤나 많았지. 문득 장대같이 빗줄기 굵어지면 사람들 이리…
[2009-11-12]갈잎나무 이파리 다 떨어진 절길 일주문 앞 비닐 천막을 친 노점에서 젊은 스님이 꼬치 오뎅을 사먹는다 귀영하는 사병처럼 서둘러 국물까지…
[2009-11-10]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 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집 빵 사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
[2009-11-05]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2009-11-03]어린 새가 이제 막 배급을 받아 반짝이는 삽날을 잠시 살피다가 연습삼아 가볍게 몇 번 놀려본다 끄떡도 없는 허공 삽날에 붙어있는 약간의 불안을 탁탁 털어 버린 …
[2009-10-29]어미닭은 잘 아는 것이다 알을 얼마만큼이나 품어야 하는 것인지 또 알을 살그머니 굴리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숨이 붙고 눈이 생기고 별 같은 입이 나오고 …
[2009-10-27]거기 늘 있던 강물들이 비로소 흐르는 게 보인다 흐르니까 아득하다 춥다 오한이 든다 나보다 앞서 주섬주섬 길 떠날 채비를 하는 슬픈 내 역마살이 오슬오슬 소름으로 돋는다 …
[2009-10-22]자기 전에 안경을 닦는다 책 속에 꿈이 있는 줄 알고 책 읽을 때만 썼던 안경을 총기가 빠져나간 눈에 열정이 빠져나간 눈에 덧눈으로 씌운다 잠은 어두우니…
[2009-10-20]아버진, 도장밥 없이도 인감을 자알 찍으셨다 훅 부는 입김에 지난 날 인주찌꺼기가 살살 녹아 당신의 이름 석 자 요술처럼 그려지면 마치 실험에 성공한 연금술사처럼 흡족…
[2009-10-15]그늘에서 말려야 하는 것이 있다 종이 한 장에서 오동나무 잎사귀까지 그늘에서 말려야 팽팽한 맛이 난다 온 생이 뒤틀리지 않으려면 먼저 바람 드는 그늘에 들어가야…
[2009-10-13]선택의 날이 밝았다. 11월5일 실시되는 뉴욕주 본선거에 출마할 각 정당의 후보들을 선출하는 예비선거가 25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뉴…
“한미동맹은 6.25 전쟁 때 흘린 한미 양국 참전용사들의 피로 맺어진 혈맹입니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25일 한미 양국의 6.25 참전용사들…
‘도전 속에 싹트는 희망’을 주제로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양일간 메릴랜드에서 열린 제 2회 전미주장애인체전(대회장 송재성)이 지난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