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에서 소위 ‘왕따’(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 잇따르고 있다. 또 최근 뉴욕·뉴저지 한인학생들의 왕따 피해 사례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같은 왕따 현상은 타민족 학생들로부터 겪는 차별은 물론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도 발생하고 있어 한인 학부모들의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왕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피해사례와 현황, 대책을 살펴본다.
■잇따르는 왕따 케이스
맨하탄의 한 고등학교 9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군은 최근 정신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고 있다. 3개월 전 만난 여자친구의 전 남자친구가 박군에게 앙심을 품고 박군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트리면서 친구들이 전화와 문자,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하루에도 수백 개의 모욕적인 메시지를 박군에게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군은 현재 학교에 가지 않고, 병원을 가는 시간외에는 집밖에도 나가지 않고 있다.
퀸즈의 한 고등학교 11학년에 재학하고 있는 한인학생 4명은 오히려 왕따의 가해자로 오인 받아 역으로 왕따 피해를 당한 케이스. 이들 학생과 사이가 안 좋은 한 학생이 “왕따를 당했다”며 학교에 거짓신고를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학교의 교감은 물론이고 교사 3~4명은 정확한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 학생들에게 “너는 쓰레기다”, “너 같은 학생은 절대로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게 막겠다”며 폭언을 퍼부었다. 심지어 한 교사는 이들 학생들에게 배꼽인사를 하며 ‘한국인사 문화가 이런 거냐“며 비웃기까지 했다. 결국 조사결과 거짓신고와 학생들의 피해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장이 해당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관련 교사를 처벌하면서 사건은 진정됐지만 학생들의 마음속에는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갈수록 커지는 피해
한인가정상담소 등 한인사회 상담 전문기관들에 따르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상담 중 절반 이상이 학교생활의 문제를 호소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왕따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SNS) 등 사이버 공간에서도 왕따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전국범죄예방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청소년 3명 중 1명이 사이버 왕따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왕따로 인해 한인 학생들이 단순히 괴롭힘을 당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성적이 떨어지고 성격이 난폭해지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퀸즈의 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군은 체구가 작고 소극적인 성격 탓에 왕따와 구타를 당하면서 성적이 떨어지고 친구들과 트러블이 심해진 끝에 얼마 전 학교에 흉기를 소지하고 등교했다가 적발되기까지 했다.
■부모들의 관심 필요
최근 미국에서는 강력한 왕따 방지법을 시행하며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왕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스앤패밀리 포커스의 이상숙 전도사는 “가정문제에 이상이 있는 아이들이 주로 왕따의 피해자와 가해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가장 근본적인 예방책은 건전한 가정, 사랑 넘치는 가족에게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 전도사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고 말수가 적어지나 ▲옷이나 가방, 책 등이 인위적으로 훼손됐거나 자주 없어지는 경우 ▲몸에 의문스러운 상처가 있다거나 ▲자녀가 소극적으로 변하거나 ▲학교 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싫어하거나 ▲걸려오는 전화에 예민해하거나 용돈을 받아가는 횟수가 늘어나는 경우엔 왕따를 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일 자녀의 왕따 사실을 알게 되면 부모는 일단 자녀를 안심시키고 학교 측과 대응을 논의해야 한다. 학교 측의 대응이 미지근할 경우에는 교육당국에 신고를 하는 등 적극 대처해야 하며 자녀와 함께 전문 상담기관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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