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솟는 도매가… 소비자에 전이출
▶ PVC제품군 내달 18~20% 오르고
▶ 가방·의류 도매가격 최대 2,000원↑
▶ 물류·사료비 꿈틀… 먹거리도 비상
▶ 시몬스침대 2년만에 가격인상 검토
경기도 김포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예정에 없던 포장 비닐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포장 비닐 가격이 1,000장당 6만 원에서 11만7,000원으로 올랐지만 더 인상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A 씨는 “자영업자 온라인몰인 배민상회에서 다른 업체가 8만 원에 팔고 있었지만 더 오를까 걱정돼 웃돈을 주고 대량으로 샀다”며 “비닐뿐 아니라 식자재부터 원부자재가 다 올라 이대로라면 음식값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쿠팡 등 e커머스에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셀러 B 씨는 최근 거래하던 도매 업체 중 한 곳으로부터 가격 인상 안내를 받았다. B 씨는 “도매가가 오르면 셀러 입장에서는 자동으로 판매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도매 업체의 사정도 이해하지만 또 가격이 오르거나 물건 수급이 중단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소상공인들의 가격 인상 압박이 임계점에 다다랐다. 유가와 물류 비용 상승 부담으로 도매시장에서는 가격 인상과 수급 불안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소비자물가가 다시 한번 요동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와 제품 생산을 위한 에너지 비용이 치솟으면서 사실상 산업재와 소비재, 중간재와 최종재까지 전방위적인 가격 인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위탁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3MRO가 거래 상인들에게 안내한 단가 변동표에 따르면 30일부로 인덕션 겸용 3중 바닥 스텐 양수냄비 22㎝ 제품이 10.5% 올랐다. △양은 냄비(12~16.6%) △단체 급식용 삼중 도시락 식판 케이스(16.8%) △스테인리스 업소용 음식 보관함(13.1%) △10개들이 드라이버 비트 세트(15.2%) 등 다양한 품목의 공급가 인상이 이뤄졌다.
에어컨 설치 자재를 취급하는 승진종합상사는 최근 △LPG 충전 호스(16%) △배수 펌프(5~8%) △PVC 부속 전체 (8~10%) △진공펌프 오일(약 10%) 등의 공급가 인상을 단행했다. 서울의 한 가방과 의류 도매 업체의 경우 가방 2,000원, 의류 1,000원을 4월부터 일괄 인상할 예정이다.
비닐 등 포장재의 가격과 수급도 불안하다. 중동 전쟁으로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의 수급이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올 초 톤당 500달러 안팎에서 현재 850달러 수준으로 뛰었다.
포장재 생산·도매 업체들은 당장 4월부터 가격을 올리겠다고 잇달아 공지했다. 종이 가방과 쇼핑백 등을 판매하는 서흥이앤팩은 “원가 조정이 불가피하며 4월부터 순차적인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며 “일부 제품의 경우 일시적인 공급 지연 또는 수량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도시락이나 과일 포장재와 배달 봉투 등을 만드는 방산365 역시 4월 1일부터 단가를 변경하겠다고 안내했다.
도매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자 소매 업체들도 판매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시몬스침대의 경우 침대 매트리스 원부자재의 90% 차지하는 폼 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제품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인상이 결정된다면 2024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전쟁이 중단되더라도 도매시장의 추가 가격 상승 압력이 남아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서울 구로의 한 PVC 공급 업체는 4월부터 약 20%의 단가 인상을 알리면서 5월 추가 인상을 예고하기도 했다. 식품 역시 마찬가지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하림과 마니커 등이 이달 초 닭고기 공급가를 인상했지만 이는 조류인플루엔자의 영향 때문”이라며 “3월 이후 나타난 유가나 물류비·사료비 인상은 포함돼 있지 않아 추가 공급가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의 장기화 및 국제유가 움직임에 따라 물가의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연료비와 택배비 상승, 제품 가격 상승으로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유통 업체의 고객 유입도 줄어들 수 있다”며 “최근의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의 실질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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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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