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원 블루앵커 재정보험 전문 에이전트
최근 미국 금융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고, 동시에 장수 리스크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BlackRock의 CEO Larry Fink 회장은 연례 서한에서 미국인의 은퇴 준비 상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특히 은퇴를 목전에 둔 X세대의 위기를 지적했다.
미국인들은 안락한 은퇴를 위해 평균 21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62%가 15만 달러 미만을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숫자 자체가 구조적 불안을 드러낸다. 더구나 50~60대 가구의 상당수가 401(k)나 IRA에 사실상 저축이 없는 상태라는 연방 데이터는 은퇴 문제가 단순한 개인의 절약 습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401(k)는 적립에는 유용하지만, 인출 전략에 대한 가이드는 부족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William Sharpe 교수가 “금융에서 가장 어렵고 고약한 문제는 인출 전략”이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산을 모으는 것은 수학이지만, 평생 나누어 쓰는 것은 확률과 시간, 그리고 인간 수명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많은 한인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계좌 잔액이 아니라, 평생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가 은퇴 설계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65세에 401(k) 20만 달러를 보유한 사람이 이를 인컴 어뉴이티 구조로 전환하고, 70세부터 평생 인컴을 개시한다고 가정해 보자.
매년 약 23,500달러를 평생 수령하는 구조라면, 만약 95세까지 생존할 경우 총 수령액은 60만 달러를 훌쩍 넘게 된다. 원금 20만 달러를 투입해 장수 리스크를 보험사에 이전하고, 시장 변동성이나 운용 스트레스 없이 매년 동일한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구조이다.
물론 이는 단순 수익률 계산이 아니라 ‘리스크 풀링’과 ‘사망 크레딧(mortality credit)’이라는 보험수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결과이다. 오래 살수록 유리해지는 구조이며, 반대로 일찍 사망하면 잔여 가치는 배우자나 수혜자에게 이전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20만 달러가 60만 달러로 ‘불어나는’ 개념이 아니라,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확정적 현금흐름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은퇴 설계에서 이는 투자와 전혀 다른 차원의 기능이다.
많은 은퇴 예정자들이 CD 금리, S&P 수익률, 계좌 평균 잔액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은퇴 이후의 가장 큰 위험은 시장 하락이 아니라 ‘오래 사는 것’이다. 의료비, 간병비, 배우자 생존 리스크까지 감안하면 단순한 자산 증식 전략은 한계가 분명하다.
BlackRock이 Life Path Paycheck과 같은 월급형 은퇴 솔루션을 강조하는 이유 역시 잔액 중심 사고에서 소득 중심 사고로의 전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제 질문은 단순하다. 현재 보유 자산이 얼마인가가 아니라, 그 자산이 매달 얼마를, 몇 년 동안, 어떤 리스크 없이 지급해 줄 수 있는가이다.
미주 한인 사회는 자영업 비중이 높고 기업연금 혜택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401(k)에 적립은 해두었지만 인출 전략은 세워두지 않은 경우도 흔하다. 은퇴는 투자의 연장이 아니라 설계의 영역이다. 적립 단계와 인출 단계는 전혀 다른 전략을 요구한다. 특히 60대 이후라면 성장률 경쟁이 아니라 안정적 인컴 구조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숫자는 냉정하다. 그러나 설계는 선택이다.
잔액을 바라보며 불안해할 것인가, 아니면 평생 현금흐름을 구조화해 마음의 안정을 확보할 것인가. 은퇴는 언젠가 오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재의 과제이다. 나의 은퇴 소득 구조가 설계되어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면 지금 상담을 시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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