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 주택 정밀 이미지 촬영
▶ 정확한 요율 vs. 사생활 침해
▶ 규제 없어 주민들 무방비 노출

보험사 측은 AI 풍선 기술을 바탕으로 보험 고위험 지역에서도 계속 주택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이터]
집 위 상공에 정체 불명의 물체가 떠다니고 있다면 유심히 볼 필요가 있겠다. 최근 주택가 상공에 떠오른 풍선형 로봇들이 주택 지붕과 마당, 동네 구석구석을 촬영하는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이 장비는 스타트업 ‘니어 스페이스 랩스’(Near Space Labs)가 개발한 신형 항공 감시 기술이다. 그런데 최근AI가 탑재된 이 풍선형 로봇을 띄워 7센티미터 해상도의 초정밀 이미지를 촬영하는 보험사가 늘고 있다. 촬영 대상은 산불 위험이 있는 전선과 송전선 주변의 나무 등 주택 보험 위험 요인들이다.
■ 정확한 요율 vs 사생활 침해주택보험업계는 이 기술을 통해 위험을 보다 정확히 평가해 불확실성이 커지는 주택보험 시장에서 요율 산정 시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사생활 침해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현재 연방 정부 차원의 규제가 없는 가운데, 소비자 보호 단체와 주택 소유주들은 이 기술이 보험금 지급 거절, 계약 해지, 무단 감시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같은 논란은 정치권까지 번졌다. 가주 정부는 최근 해당 기술을 사용할 경우 사전 고지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 사소한 지붕 결함도 식별니어 스페이스 랩스의 ‘고고도’ 풍선에는 ‘스위프트’로 불리는 자율 촬영 장비가 탑재된다. 풍선이 상공으로 떠오르면 스위프트는 성층권에서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광범위한 지역을 한 번에 촬영한다. 회사 측은 스위프트 한 대가 드론 80만 대가 수집할 분량의 영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위프트에 장착된 카메라는 주택 지붕의 느슨한 ‘싱글’(지붕재) 한 장도 식별할 수 있을 만큼 정밀한 영상을 촬영한다. 니어 스페이스 랩스 측은 “싱글 한 장이 분실된 것은 보험 위험 증가의 신호”라며 “주택 소유주가 이 단계에서 간단히 수리하면 나중에 더 큰 비용으로 이어지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주택 소유주들은 이 같은 초정밀 촬영 기술을 감시 수단으로 받아들여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과 인근 정밀 촬영을 위해 AI 풍선을 띄우는 보험사가 등장해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 보험 위험 지역 증가가 원인애리조나 한 지역 언론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피닉스 상공에서 9차례의 풍선 비행이 확인된 것으로 보도됐다.
전통적으로 애리조나 주의 산불 위험은 북부의 소나무 숲 지대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산불 위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소노란 사막마저 산불 취약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급격한 인구 유입으로 산불 취약지까지 주택 개발이 확대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연방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애리조나 주의 주택 소유주들에게 적용되는 주택 보험료는 연 1,000~1,500달러 수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저렴하다. 그러나 비영리 위험 평가기관 퍼스트 스트리트의 분석에 따르면 피닉스가 속한 마리코파 카운티에서 15% 이상 주택이 산불 위험 증가로 보험료가 오르거나 계약 해지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보험사, ‘고위험 지역 보험 판매에 필요’항공 촬영은 오래전부터 보험업계가 위험을 평가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활용해온 도구다. 지붕 손상, 산불 또는 홍수 위험, 폭풍 피해, 나무 관리 소홀 등 다양한 위험 요소를 확인하는 데 항공 촬영 기술이 널리 쓰여왔다. 연방 상원 예산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약 200만 건의 주택 보험이 갱신 거절 또는 계약 중단됐으며, 일부 고위험 카운티는 갱신 거절률이 3배까지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니어 스페이스 랩스 AI 풍선 기술은 정확도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해결해주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최신 항공 이미지를 통해 보험사는 위험도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고위험 지역에서도 계속 주택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도 “보험사는 기존의 ‘모델 기반 위험’이 아닌 ‘실제 측정된 위험’(Absorbed Risk)에 기반해 가주, 플로리다, 텍사스 같은 지역에서도 보험을 계속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AI 풍선 기술 도입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또, 이 기술이 보험사들을 파산 위기에서 구하는 동시에 취약한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주택보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 규제 공백에 주민들 무방비 노출반면 시민단체와 소비자 보호단체들은 AI 풍선 기술에 달갑지 않은 시각이다. 주택 소유주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나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단체들은 촬영 영상의 해상도는 어느 정도인지, 주택이 촬영될 때 사전, 사후 통지가 이뤄지는지, 주택 상공에서 수집되는 데이터에 어떤 법적 규제가 적용되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가장 먼저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택보험 목적의 항공 영상 사용을 규제하는 연방 및 주 단위의 명확한 법적 규제는 현재 운영되지 않고 있다. 또, 민간 기업에 의해 AI 풍선 기술이 운영되기 때문에, 감시를 제한해온 헌법상 보호 장치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제이 스탠리 선임 분석가는 애리조나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적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정책적 측면에서 많은 주민들이 이것을 사실상 ‘광범위한 감시’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법적 규제를 마련한 주도 늘고 있다. 가주 주의회는 보험사가 항공 영상을 사용할 경우 최소 30일 전 명확한 고지를 하지 않으면 제한 또는 금지하도록 하는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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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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