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희생자 총 14명
▶ 9·11 후 최악 국내 테러
▶ ‘무슬림 입국 금지’ 촉발
▶ 유가족 끝나지 않은 상처
![[집중분석] 샌버나디노 총격 10주년… 이민 논쟁을 바꾼 비극 [집중분석] 샌버나디노 총격 10주년… 이민 논쟁을 바꾼 비극](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12/02/20251202214649691.jpg)
2015년 샌버나디노 총격 테러 당시 총격범 커플이 타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던 SUV를 수사요원이 조사하는 모습. [로이터]
지난 2015년 12월2일 샌버나디노에서 발생한 대규모 총격 테러사건은 미국사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당시 남편과 아내였던 사이드 리즈완 파룩(미 시민권자)과 타슈핸 말릭(파키스탄 출생)은 샌버나디노 지역센터에서 열린 보건부 직원 크리스마스 파티에 군용 돌격소총을 들고 난입해 14명을 사망하게 하고 30명 이상을 다치게 했다. 이는 9·11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
■ 여전히 깊은 트라우마사건 10주년을 맞은 지금, 희생자의 가족과 생존자들은 여전히 깊은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 사건은 미국 정치, 특히 이민 정책과 테러 대응 논쟁에 중대한 전환점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2일 LA 타임스(LAT)가 심층 분석기사로 보도했다.
당시 사건 당일, LA에서 상담을 하고 있던 맨디 피퍼는 샌버나디노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곳에는 그녀의 약혼자이자 레스토랑 위생 검사관인 섀넌 존슨이 있었다. 피해자들이 보건국 직원이라는 소식을 들은 순간, 그녀는 그의 죽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존슨은 총격 순간 옆에 있던 27세 동료 여직원을 자신의 몸으로 감싸며 보호했고, 마지막 말로 “내가 지켜줄게(I got you)”라고 남겼다. 피퍼는 “그 이후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모든 것이 ‘그날 이전’과 ‘그날 이후’로 나뉜다”고 눈물로 증언했다.
■ 트럼프 ‘무슬림 입국 금지’사건 발생 직후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이 나라가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낼 때까지,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공화당 지지층의 큰 호응을 얻었고 그의 대통령 당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후 2017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 트럼프는 무슬림 다수 국가 7곳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흥미롭게도 말릭의 출신지인 파키스탄과 그가 거주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대상 국가에서 제외됐다. 최근 워싱턴 DC에서 발생한 주 방위군 총격 사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제3세계 국가들로부터의 이민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고 수백만 명의 이민자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 온라인 급진화의 위험성당시 보안 당국은 주로 해외에서 훈련받은 테러리스트의 침입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샌버나디노 사건은 미 시민권자가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해 급진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냈다.
수사 결과 파룩과 말릭은 최소 2년 이상 온라인 채팅을 통해 ‘지하드’와 ‘순교’에 대해 논의했으며, 극단주의 단체 IS의 선전 영상과 소셜미디어 콘텐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말릭은 사건 직전 페이스북에 IS 지도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는 미국 내 안보 인식과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 커뮤니티에 큰 영향사건 이후 지역 무슬림 커뮤니티는 보복을 두려워했고, 시민권 단체 CAIR는 총격범의 가족을 대신해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파룩의 가족은 외출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위협을 느꼈으며, 가해자들의 시신을 매장할 묘지를 찾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사회는 종교나 출신 국가에 따른 분열 대신,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연대를 택했다. 샌버나디노 정부청사 앞에는 희생자 14명을 기리는 ‘용기의 커튼’ 기념비가 건립되어 있다.
맨디 피퍼 역시 오랜 우울과 중독을 겪은 끝에 다시 삶을 되찾고 있지만, 팔에 새긴 작은 문신 ‘I got you’는 지금도 그녀에게 그날을 상기시킨다. 샌버나디노의 비극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미국 사회의 상처이자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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