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젤렌스키 백악관 회동 후 10월 중순 러시아가 미국에 초안 보내
▶ 가자 휴전 때는 이스라엘, 우크라 휴전 때는 러시아 입장에 기울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주에 공개한 28개 조항의 우크라이나 종전안은 러시아 측의 초안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익명 취재원 3명을 인용해 러시아 측이 종전을 위한 요구사항을 담은 이 초안을 10월 중순에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러시아 측이 이 초안을 보낸 시점이 10월 1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직후라고 전했다.
러시아 측의 초안은 외교 용어로 '넌페이퍼'(non-paper)라고 불리는 비공식 서한의 형태로 전달됐으며, 우크라이나의 동부 영토 상당부분 포기를 포함해 러시아 정부가 그간 협상 테이블에서 제시했던 요구조건들을 담고 있었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측 문서에 의존해 자체 평화 계획을 수립하게 된 이유나 경위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측 넌페이퍼에 담긴 요구사항을 검토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일부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러시아 측 요구들이 우크라이나 측에 의해 즉각 거부될 공산이 크다고 생각했다는 게 로이터 취재에 응한 취재원들의 얘기다.
지난주에 트럼프 행정부가 28개조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공개한 이래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연방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방안이 러시아의 입장을 정리한 목록일 따름이지 진지한 제안이라고 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종전안이 만들어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지난달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대표를 비밀리에 만난 후였다.
이 비밀 회동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국무부와 백악관 관계자는 극소수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지난 25일 블룸버그통신은 위트코프 특사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이 10월 14일에 했던 통화의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했으며, 이 녹취록에는 두 사람이 "20개조 계획"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런 앞뒤 상황으로 보면 10월 중순 "20개조 계획"과 러시아 측 초안이 10월 말 쿠슈너-위트코프-드미트리예프 회동을 거쳐 보완되고 정리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28개조 우크라이나전 평화안'인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분석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전 평화안 제시가 가자지구 전쟁 휴전 중재 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공통점으로 ▲ 양측 당사자 중 한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안을 대담하게 제시한 점 ▲ 전투원들에 대해서는 데드라인을 설정했으나 휴전이 성사된 후 후속조치의 윤곽이 모호한 점 ▲ 휴전 조건 준수 강제 방안, 안전 보장 방안, 재건비용 부담 주체 결정 등 세부사항이 부실한 점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휴전 중재 때 이스라엘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했고 '우크라이나전 28개조 평화안'에서는 러시아의 입장을 대폭 반영했다.
차이점도 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의 휴전 요구에 한동안 저항하다가 요구를 수용한 것과 달리,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고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안을 만들 때는 이집트, 카타르, 요르단, 사우디 등 주변국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안에는 유럽연합(EU) 측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그 밖에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안은 28개조로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안의 20개조보다 조항이 더 많고 전자가 후자보다 재건비용 부담 주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는 등 소소한 차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목표는 오래 갈 수 있는 평화나 공식적 평화조약이 아니라 일단 전쟁이 멈췄다고 선언하는 것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정치분석가 마리아 졸키나는 "트럼프의 접근법은 휴전 선언에 중점을 두지 준수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는 휴전이 지속가능한지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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