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엡스타인 자료 공개’ 법안, 상·하원 사실상 만장일치 통과
▶ 공화, 중간선거 참패에 ‘위기론’…트럼프 지시에 잇따라 반기
연방의회가 법무부에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자료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력 약화가 드러났다.
18일 하원이 본회의에서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해당 법안을 가결한 데 이어 상원도 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엡스타인 사건과 트럼프 대통령의 연계 의혹을 제기해 온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찬성 몰표가 나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날 상·하원에서 엡스타인 자료 공개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내 영향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대체로 본인 뜻대로 움직여왔다.
자유무역, 가족 가치, 정부의 민간 부문 비개입 등에서 전통적인 보수 정체성과 충돌할 때도 당이 자신의 의제를 따르게 했다.
이번 엡스타인 자료 공개 법안의 압도적인 통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을 통제하지 못한 사례다.
더힐은 그런 맥락에서 일반적으로 레임덕이 도래하는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을 계속 장악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수개월간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이슈를 '사기극'이라고 비난하며 문건 공개 법안을 둘러싸고 공화당 의원들과 충돌해왔다.
그는 법안을 지지하는 의원 중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의원도 공격했다.
법안 표결이 임박해서는 법안 강제 부의 청원에 서명한 공화당 의원들에게 이름을 빼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전략은 실패했다. 공화당 의원들조차 엡스타인 자료 공개 법안 반대를 정치적인 지뢰로 판단했다는 점이 이날 표결로 드러났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이번 사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2기 집권으로 이끈 핵심 지지층 사이에 갈등이 심화하는 뚜렷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번 엡스타인 법안을 공동 발의한 공화당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그의 지지 기반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는 '엡스타인 파일을 아직도 원하면 여러분은 더 이상 내 지지자가 아니다'라고 말한 순간 지지층과의 연결고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자료 공개 법안 표결 전날 밤 뒤늦게 공화당 의원들에게 찬성표를 던지라고 촉구했다. 공화당 내 이탈표가 가시화하자 돌연 입장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뒤늦은 법안 지지 선언을 두고 매시 의원은 "체면치레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없어도 법안은 큰 표 차로 통과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달 초 공화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엡스타인 자료 공개 법안에 반대하면 내년 중간선거 전망이 더욱 어두워질 것으로 공화당 의원들은 우려해왔다.
이런 분위기에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공화당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거나 그에게 입장을 바꾸도록 압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상원 공화당은 연방정부 기능이 일시 정지되는 '셧다운'을 끝내기 위해 필리버스터 의결정족수를 60명에서 단순 과반(51명)으로 낮추는 '핵 옵션'을 가동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또 인디애나주 상원 공화당은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재획정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공화당 중도파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최근 시작된 공화당의 반발을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하며 "그동안 방향은 완벽하지 않았으며 어느 정도 수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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