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영 임상심리학 박사의 강철 멘탈 클래스
60세를 넘긴 여성들로부터 가끔 듣게 되는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평생 단 한 번도 욕을 하지 않았던 자신이, 최근 들어 화가 날 때 혼잣말로 욕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부부싸움 중 남편에게 욕설을 뱉은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으며, "내가 왜 이러는 걸까요?"라며 혼란스러워하시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깊이 들여다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60세 이후뿐 아니라, 폐경을 겪은 여성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심리적,신경학적 변화의 일부입니다. 여성 호르몬의 변화, 뇌 기능의 노화, 사회문화적 억압, 개인 여성 심리의 억눌림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아야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선 여성 호르몬의 감소, 특히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면서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생성이 줄어듭니다.
이 두 물질은 기분 조절뿐 아니라 충동 조절에도 영향을 미치는데,수치가 낮아지면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능력이 약해집니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뇌의 전전두엽이 느슨해 지고, 사회적 행동을 제어하는 기능이 약해집니다.
젊을 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의 말을 검열하지만, 뇌의 제어력이 떨어지면 과거에 억눌렀던 감정과 말이 보다 직선적으로 표출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억압받아 왔습니다.
수십 년간 눌러왔던 분노, 두려움, 불만이 폐경 이후 더 이상 억제되지 않고, 때로는 욕설이라는 형태로 터져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내뱉은 욕은 단순한 비속어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티븐스 박사의 뇌 과학 연구에 따르면, 욕설은 신체적, 감정적 고통을 줄이고, 무력감을 덜어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 졌습니다.
특히 혼잣말로 욕을 하는 행위는 카타르시스를 유발하고, 자기 진정 효과를 준다는 것입니다. 즉 욕설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자기 회복을 위한 건강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폐경 이후에는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기분 장애가 나타날 위험도 커지게 됩니다. 또한 수면 장애, 자존감 하락, 자아비판이 심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 무심코 나오는 욕설은 억눌린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심리적인 자신만의 몸부림이자 방어기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감정을 밖으로 터뜨리기보다는 내면화를 시키는 경향이 강합니다.
즉 외부의 자극에 의해 생긴 분노라는 감정을 혼자 마음속으로 복잡하게 생각하다가 결국 자신을 향한 혐오감, 독한 자기 비판이라는 잘못된 감정 처리를 하는 경향이 많은 것입니다.
여성의 이런 경향이 뇌의 제어 능력이 약해진 시기와 맞물리며, 감정이 겉으로 표출되는 새로운 방식이 나타나는 것이라 분석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평생 욕설은 입에 담지도 못하던 자신이 최근 들어 달라진 자신을 보며 낯설고
불안하시다면, 이제는 자신감을 되찾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남에게 또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욕설이 아니라면, 혼잣말로 하는 욕은 과거에 억눌렸던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잠시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욕을 하고 싶을 땐 하십시오! 그것이 지나가고 나면, 어느 순간 <욕> 대신 깊은 <한숨>으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날이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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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영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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