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인프라 ‘차입 투자’ 행렬
▶ 올 회사채, 신흥국 GDP 수준
▶ “과소 투자가 더 큰 리스크”
▶ 탄탄한 수요 뒷받침도 한몫
▶ “부실땐 경제위기” 우려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AI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 속에 기업들이 채권 발행이나 은행 대출 등 말 그대로 ‘빚을 내서라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빅테크가 AI에 쏟아붓는 투자금이 불과 3년 뒤 3조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최근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총 2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유럽에서 65억 유로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회사채 175억 달러어치를 찍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이다. 앞서 9월 오라클이 총 18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메타(옛 페이스북) 역시 2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 절차에 돌입했다. 이들 업체 모두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부문 강화를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는 AI 투자 확대를 위해 50억 달러에 달하는 은행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미 빅테크가 올해 발행한 회사채는 총 1,800억 달러로 같은 기간 미국 회사채 순공급량의 4분의 1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단순 계산하면 모로코(약 1,796억 달러), 튀니지(약 1,862억 달러) 등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명목 기준 지난해)과 맞먹는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는 AI 연계 회사채 발행의 기록적인 한 해(Banner year)”라면서 “데이터센터와 전력 등 인프라 수요가 앞으로 증가하는 만큼 AI 회사채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빅테크의 AI 관련 인프라 투자 규모가 2028년까지 약 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현금 보유량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 받는 빅테크가 채권 발행이나 대출의 힘을 빌리는 이유로 지금이 ‘AI 인프라 팽창기’라는 점을 꼽는다. 경쟁사보다 빠른 속도로 AI 인프라를 구축해야 기술과 서비스 경쟁 등 다음 단계에서 승부를 볼 수 있어서다. “과잉 투자로 입는 손해보다 과소 투자로 AI 경쟁에서 밀리는 피해가 훨씬 클 것(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은 것이다. 이날도 오픈AI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380억 달러 규모로 7년 기간의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등 계약 액수가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 달러에 달한다. 오픈AI가 지난달 엔비디아와 맺은 AI 칩 공급계약은 총 1,000억 달러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빅테크가 발행하는 회사채 수익률이 국채보다 낫다며 호평을 보내는 투자자들의 ‘완판’ 행렬 역시 AI 투자 열풍을 떠받치는 요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단적으로 지난달 말 메타의 회사채 수요 예측에 발행 규모의 5배에 달하는 1,250억 달러의 주문이 몰렸을 정도다. 알파벳 회사채 50년 만기 상품의 경우 미 국채 50년물보다 수익률이 1%포인트 더 높다. 그만큼 시장의 탄탄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의미다. AI 투자가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일컬어졌던 제이슨 퍼먼 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올 2분기 미국 GDP 성장률(3.8%)이 빅테크의 데이터센터와 정보기술(IT) 투자에 의해 주도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I 투자가 없었다면 GDP 성장률은 0.1%에 그쳤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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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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