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체포 방해’ 5차 공판
▶ 비화폰 삭제 지시 놓고 진실공방
▶ 증인 김성훈, 윤 대면하자 말 흐려
▶ 퇴정 후 고개 숙이니 윤 “고생 많다”
▶ 김건희-김성훈 메시지 공개 도중, 윤 “김건희가 뭐냐” 호칭에 ‘발끈’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이어 이날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
-특검: “증인, ‘저를 비롯한 경호처 직원들은 모두 대통령 지시에 따라 영장 집행을 막아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셨는데.”
=김성훈: “제가요? 피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생소한 문구다 보니까…”
-특검: “그럼 ‘운명’ 이런 표현을 검사가 넣었다는 말인가요.”
=김성훈: “’경호처의 존재는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 운명’ 이런 취지였던 것 같습니다.”
‘대통령 호위무사’로 불렸던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은 법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마주하자 특검에서 진술했던 내용을 미묘하게 바꿨다. 이날 쟁점은 윤 전 대통령이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보안처리된 전화) 삭제를 지시했는지 여부였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차장이 증언할 때마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백대현)는 31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받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5차 공판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진행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이어 이날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측과 특검 측은 모두 ‘비화폰 삭제 지시 여부’를 두고 다퉜다. 증인으로 법정에 선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전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7일, 김 전 차장에게 두 차례 전화해 비화폰 통화내역 등을 삭제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첫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차장에게 “네가 통신 잘 안다며. 관련 규정이 어떻게 되나. 서버 삭제 얼마 만에 한 번씩 되느냐”고 물었고, 두 번째 전화에선 “수사받는 사람들 비화폰을 그렇게 놔둬도 되는 건가. 아무나 열어보는 게 비화폰이냐. 조치해야지?”라는 취지로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전화를 받은 김 전 차장은 김대경 전 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보안 조치’를 지시하며 ‘대통령의 지시’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7일 증인으로 출석한 김대경 전 본부장과 이진하 전 본부장 등은 당시 김성훈 전 차장이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사령관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김 전 차장과 윤 전 대통령 측은 “삭제 지시가 아니라, 보안 조치에 불과했다”는 주장을 폈다. 증인신문 도중 손을 들고 발언 기회를 얻은 윤 전 대통령은 “(비화폰 기록은) 이틀 만에 삭제되는 것도 아니고, 실제 통화내역이 남아 있었다”며 “경호 목적 때문에 상당 기간 (기록을) 갖고 있고, 삭제 이런 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경호처 내부에서 통상 ‘보안 조치’는 원격 로그아웃을 의미한다. 경호처 실무진들은 비화폰을 로그아웃하면 통신 내역 등이 지워져 ‘깡통폰’이 되기 때문에, 이 같은 지시가 증거인멸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행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차장과 김건희 여사가 주고받은 텔레그램이 증거로 제시되자 발끈하기도 했다. 특검 측이 증거를 설명하며 ‘김건희’라고 발언하자, 윤 전 대통령은 “아무리 그만두고 나왔다고 해도 김건희가 뭐냐”며 “뒤에 여사를 붙이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4년 12월 말 주고받은 텔레그램에는 김 여사가 “V(윤 전 대통령 지칭)가 염려한다” “특검법 때문에 영장 집행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있다”고 보내자, 김 전 차장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압수영장이니 체포영장이니 다 막겠습니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특검팀은 이 같은 대화 내용이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적법한 영장 집행을 막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
조소진·이서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