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과학자들은 인공지능(AI) 및 자동화 기술로 블루칼라의 육체노동을 대체하기는 쉽고 높은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화이트칼라 업무는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캐나다 과학자 한스 모라벡 박사는 1990년 이 같은 통념을 뒤집는 역설적 가설을 내놓았다. 성인 수준 지능으로 문제를 푸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은 쉽지만 한 살 유아 수준의 운동 능력을 지닌 컴퓨터 기계 개발은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주장한 것이다. 오감으로 사물을 지각하고 몸을 움직이는 능력은 10억 년의 생물 진화 과정에서 인간이 고도로 발달시킨 기술인데 비해 추론 사고는 발현된 지 10만 년도 되지 않아 인간에게 덜 숙련된 능력이어서 AI로 모방하기는 더 쉽다는 논리였다.
■‘모라벡의 역설’은 2020년대 들어 현실화했다. 스스로 학습·추론하고 판단·결정하는 GPT 등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의 AI가 등장해 고숙련 지식 노동자들을 대체하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법률, 회계·경영, 의료 영상 진단, 수학 분야 직무도 컴퓨터로 자동화되기 시작했다. AI가 스스로 프로그램을 짤 수 있게 돼 자신을 만든 프로그래머의 일자리까지 넘보기에 이르렀다. 그에 비해 육체 노동직은 아직 인간 근로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모라벡의 역설마저 흔들릴 지경이다. 메타의 AI 개발자 얀 르쿤 뉴욕대 교수는 27일 “5년 내에 LLM은 구식이 될 것”이라며 차세대 AI 등장을 예고했다. 인간처럼 시각·청각 정보까지 복합적으로 지각하고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 작업을 할 수 있는 ‘월드 모델’ 기반의 AI 기계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2030년까지 직원 중 최대 60만 명의 업무를 AI 로봇 등으로 대체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고용 대란을 피하려면 정부와 업계, 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차세대 AI로봇 시대에 필요한 직군들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맞춤형 인재교육을 통한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의 전환도 시급하다.                
               
                
<민병권 / 서울경제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