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마스가 프로젝트’ 분석
▶ 고임금·노후시설, 경제성 떨어져
▶ 한국 조선사들 현지진출 신중
한국이 대미 관세 협상 카드로 내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목표를 이루기까지는 현실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높은 인건비, 노후 시설 등 미국 조선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가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운 까닭이다. 현지 여건상 대형 선박 건조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소형 선박도 한국에서 건조할 때보다 비용이 5배 이상 들어 경제성마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한화오션이 만드는 미국 선적 선박 12척 가운데 미국산 천연가스를 아시아와 유럽으로 운반할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두 척의 건조 작업 대부분이 경남 거제에서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1억 달러(약 1,426억 원)에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는 한국에서 건조된 선박이 미국 법과 해양 안전기준을 충족하는지 점검하는 역할만 맡게 된다.
이를 두고 미국 조선소들이 대형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에서 대양을 건너는 선박을 건조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한국의 4~5배 수준이다. 한화 필리조선소가 지난달 수주한 한국용 중형 유조선(MR탱커) 10척 건조 비용 역시 2억2,000만달러 수준으로, 중국·한국 평균 단가(4,700만달러)의 5배에 달한다.
납기 경쟁력도 크게 떨어진다. 영국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필리조선소는 지난달 수주한 MR탱커 10척의 인도 예상 시점을 2029년과 2030년 각각 5척으로 기재했다. 계약 후 인도까지 48~60개월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평균 건조 기간(23~30개월)의 두 배 수준이다. WSJ는 “미국은 지난 10년간 (한화가 수주한 것보다) 더 단순한 LNG 운반선조차 건조 과정에서 납기 지연과 비용 초과에 시달렸다”고 꼬집었다.
한때 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미국 조선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속도로 쇠락해 현재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0.1% 수준에 그친다. 정부의 무관심과 높은 인건비 등 구조적 문제에 더해 20세기 초 제정된 ‘존스법’이 쇠퇴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법은 미국산 선박만 미국 항구 간 운항을 허용해 선가를 국제 시세의 4배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조선 업체들이 내수 시장에 안주하면서 경쟁력을 잃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선업 부활을 내세운 배경에는 중국과의 해군력 격차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핵잠수함 등 첨단 전력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유인 군함 보유 수는 295척(2024년 기준)에 불과해 중국(400척)에 크게 뒤진다. 이에 미국 해군은 2045년까지 군함을 381척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마스가 프로젝트’를 활용해 조선업 재건과 해군력 증강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그러나 설비·숙련공 부족 등 현실적인 걸림돌 탓에 현지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업체들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조선 업체 3곳과 협력하며 현지 생산 거점 확보를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조선소 건조, 인수, 지분 참여 등 사업 방식을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 조선사인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ECO)와 미국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포괄적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잉걸스와도 선박 건조 생산성 향상과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미국 비거마린그룹과 양해각서를 맺는 등 아직까지는 직접 인수보다는 기술 교류에 방점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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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정다은·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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