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고래 알키가 죽은 새끼를 밀며 물위를 떠다니고 있다.
워싱턴주 바다에 또다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시애틀 인근 샌환 아일랜드 로사리오 해협에서 범고래 무리 J팟의 알키(J36)가 세상에 나온 지 사흘도 채 안 된 새끼를 잃었다. 알키는 죽은 암컷 새끼를 3일째 밀며 물 위를 떠다녔고, 연구자들은 그 모습을 “어미의 깊은 애도”라고 표현했다.
알키는 올해 26살로 과거 여러 차례 유산을 겪었으며 2017년에는 두 살배기 새끼 소닉(J52)을 영양실조로 떠나보내야 했다. 이번 새끼 역시 만삭으로 태어났으나 태어나자마자 숨을 거뒀는지, 아니면 사산이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알키는 탯줄이 달린 채 죽은 새끼를 끝내 놓지 않고 가까이에 두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연구진은 “팔이 없는 고래는 새끼를 품을 수 없기에 물 위에 밀며 함께 있는 것”이라며 “끝내 가라앉아 사라지기 전까지 붙잡고자 하는, 분명한 슬픔의 표현”이라고 전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2018년 전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 탈레콰(J35)의 사연을 떠올리게 한다. 탈레콰는 죽은 새끼를 보름 넘게 1,600km를 넘게 밀고 다니며 슬픔을 드러냈다.
이번 알키의 모습 또한 서북미 바다에 살고 있는 '남부 거주 범고래'가 직면한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남부 거주 범고래 개체 수는 75마리도 채 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임신 중 약 70%가 실패로 끝나며, 상당수는 임신 말기에 새끼를 잃는다.
치명적인 원인 중 하나는 먹이 부족이다. 범고래가 주로 먹는 치눅연어는 개체 수가 급감했고, 과도한 어획과 오염, 보트 소음 등이 이들의 생존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매일 충분히 먹지 못하면 지방을 소모하게 되고, 이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질병과 조기 사망으로 이어진다.
연구자들은 이번에도 알키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분변 샘플을 수집하려 했지만, 애도 중인 어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멈췄다. “지금은 알키가 슬픔을 겪고 있는 시간이다. 그 이상의 간섭은 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짙은 바다 위에서, 알키는 여전히 죽은 새끼를 놓지 못한 채 곁에 두고 있다. 연구진은 “이 장면은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분명한 애도이며, 어미의 사랑이자 생명의 무게를 증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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