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수백 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단속·구금된 사태는 단순한 ‘불법 취업’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의 모순적 비자 제도, 한국 정부의 외교 실패, 재계의 안일함이 맞물려 빚어진 예고된 참사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의 책임이 크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도 한국에 대해선 전문직 비자 쿼터를 보장하지 않았다. 캐나다·멕시코·호주·싱가포르·칠레에는 별도 비자를 주면서, 정작 막대한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국만 외면한 것이다. 형평성에 맞지 않고, 동맹국을 차별하는 처사다.
미국의 비자 정책은 이중적이다. 한편에선 “외국 투자를 환영한다”며 한국 기업들을 유치해놓고, 다른 한편에선 합법적 인력 수급 통로를 막아버린다. 숙련된 기술자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제도를 고치지 않고, 단속과 구금으로 문제를 떠넘긴다. 이는 동맹의 이름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모순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재계도 자유로울 수 없다. 2013년부터 10년 넘게 ‘한국 동반자 법안’이 추진됐지만, 강력한 외교적 압박이나 범정부적 로비는 눈에 띄지 않았다. 무역규모 수백조 원, 미국 제조업의 핵심 파트너라는 위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그 사이 한국 근로자들은 편법 비자에 의존하다 단속의 희생양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숙련 인력이 없다면 외국 인력을 들여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카드로 삼아,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H-1B 내 한국인 쿼터 할당이나 행정명령을 통한 특별 조치도 요구해야 한다.
한인사회 역시 공동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이번에도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한국 기업은 편법 파견과 단속 악순환에 갇히고, 근로자들은 다시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인 전용 전문직 비자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을 파트너로 대우할 것인지, 값싼 노동 공급원으로 취급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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