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와 팝으로 추억여행’에 참석자들 “추억소환 명강의”

팝 칼럼니스트인 박길호(왼쪽에서 6번째)씨가 시애틀 강연을 마친 뒤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의 유명 팝칼럼니스트인 박길호씨의 강연에 시애틀 한인들이 ‘행복한 추억여행’을 함께 했다.
워싱턴주 이화여대 동창회(회장 이(김)희정) 주최로 지난 25일 페더럴웨이 통합한국학교 새 오피스에서 열린 이번 강연은 참석자들을 30~50년 전으로 소환시켜 큰 감동과 추억을 안겼다. 평일 저녁인데다 시애틀 남쪽인 페더럴웨이에서 열리는 강연이어서 많아야 50명 정도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80여명이 몰리면서 자리가 부족해 방까지 들어가 앉아야했을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박씨는 음악ㆍ미술ㆍ여행과 관련해 시애틀 인기 강사인 김명호씨의 남동생이다. 박씨는 기업 경영진에서 은퇴한 뒤 팝해설가로 변신해 SBS 이숙영의 러브FM 팝해설을 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팝과 인문학 등에 관련된 여러 권의 저서를 갖고 있는 박씨는 현재 한국에서도 많은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 인기 강사이다.
누나 김명호씨와 매형 김재훈(보잉 이사) 박사가 있는 시애틀을 자주 찾고 있으며 몇차례 강연을 하기도 했다.
올해 강연은 단순히 팝송을 멜로디로 듣는 자리가 아니라, 노래와 영화를 둘러싼 시대적 배경과 가수, 작곡가, 역사적 맥락까지 깊이 있게 풀어낸 한 편의 ‘인문학적 음악여행’이었다.
박씨는 “음악은 그 시대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는 그릇”이라며, 각 영화음악이 탄생한 배경과 의미, 그리고 배우들까지 생생한 이야기를 전했다. ‘스토리가 있는 강연’에 참석자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매료됐다.
대학의 한 학기 강연 분량을 2시간여만에 풀어놓아 워낙 많은 명화와 음악이 나와 일일히 나열하기도 힘들지만 명화〈닥터 지바고〉의 주제곡 ‘라라의 테마’속 모리스 자르의 애절한 선율은 전쟁 속에서도 사랑을 잃지 않으려 했던 인간의 운명을 느끼게 했다.
펠리니의 걸작 〈La Strada(길)〉는 니노 로타의 음악과 줄리에타 마시나, 안소니 퀸의 명연기를 통해, 인생의 덧없음과 인간의 외로움을 음악으로 느끼게 했다. 이 작품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첫 수상작으로도 기록된 영화다.
영화음악이 세대를 넘어 감동을 주는 힘을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존 배리의 〈Somewhere in Time〉, 엔니오 모리코네의 〈Gabriel’s Oboe〉, 니노 로타의 〈A Time for Us〉, 모차르트 협주곡 21번이 쓰인 〈엘비라 마디간〉 등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 감성을 자극하는 클래식으로 자리잡았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영화 배우와 감독, 음악감독간 케미스트리에도 주목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크리스토퍼 놀란과 한스 짐머, 제임스 카메론과 제임스 호너 등은 함께 작업하며 걸작을 남겼고, 이는 영화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실제로 존 윌리엄스는 〈죠스〉, 〈스타워즈〉, 〈E.T.〉, 〈쥬라기 공원〉, 〈해리포터〉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켰으며, ‘쉰들러 리스트’의 바이올린 선율은 전쟁의 비극과 인간애를 동시에 느끼게 했다.
또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소피아 로렌, 오드리 헵번,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레이스 켈리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럽과 헐리우드의 황금기 스타들도 흥미진진하게 소개했다. 이들의 눈부신 미모와 연기는 음악과 어우러져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강연 내내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강연을 주최한 이화여대 동창회 이희정 회장은 “너무 감동적이고 행복해서 밤새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팝과 영화음악 속에서 내 젊은 시절이 되살아났다. 아련하면서도 따뜻한 시간이었고, 모두가 함께 웃고 공감할 수 있어 더욱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번 강연은 무료로 진행됐지만,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2,000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다. 기부금은 연말 한인 불우이웃돕기 비영리단체인 ‘한인비상기금’(Korean Emergency Fund)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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