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롤링힐스 한인 일가족 살해·자살 파문
▶ 오랜 갈등 폭발… 가정불화 심각성 드러내
▶ “이민가정 사회적 압박·문화장벽 위험 요인 커뮤니티 전체의 문제… 체계적 대책 필수”
남가주를 비롯한 미주 한인사회에서 가족 살해 후 자살 사건이 잇따르면서 한인들의 충격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남가주 대표적인 부촌인 팔로스버디스 롤링힐스의 한 대저택에서 70대 한인 남성 천모씨가 아내와 딸을 총격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본보 25일자 A1면 보도)의 배경에는 오랜 가정불화와 이혼 소송, 재산권 다툼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줬다.
■ 잇단 살해·자살 사건 이번 사건은 특히 지난 16일 발생한 79세 임모씨의 동거녀 살해·자살 사건에 이어 불과 일주일 만에 발생, 한인사회 내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비극은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2023년 3월 이후 2년여 사이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가족 살해 후 자살 사건이 반복돼 왔다. 본보 집계에 따르면 남가주를 포함한 미 전역에서 이 기간 발생한 가족간 살해-자살 비극은 모두 7건이나 됐다.
2023년 3월 가디나에서는 50대 한인 전도사 정모씨가 아내와 자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의 배경에는 장기간의 가족 갈등과 경제적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같은 해 8월 일리노이 크리스탈 레익에서는 40대 한인 남성 송모씨가 아내와 어린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24년 2월 LA 한인타운에서 50대 아들 김모씨가 80대 노모를 살해하고 자살했다. 이어 10월에는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주택에서 30대 한인 강모씨가 백인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 3월에도 60대 아들 송모씨가 90대 부친을 총격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팔로스버디스의 공원묘지에서 발생했다.
■ 심리적 압박·고립 심각한인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러한 사건의 배경으로 경제적 어려움, 가정 내 갈등, 팬데믹 이후 심리적 불안,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 제한 등을 꼽았다. 조만철 박사는 “사회·경제적 불안과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일부 사람들은 우울증과 폭력적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며, 한인 커뮤니티 내 한국어 진료 환경 부족과 사회적 안전망 제한이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살해-자살 사건 통계에서도 가해자의 90%가 남성이며, 실직, 생활고, 가정 갈등, 파혼 등이 주된 촉발 요인으로 나타난다. 한인사회 역시 이민자로서 경험하는 사회적 압박과 문화적 장벽이 심리적 고립을 심화시켜 위험 요인을 높이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 예방·사회적 안전망 시급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커뮤니티 차원의 예방 대책 마련과 사회적 안전망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부와 한인 단체들이 핫라인과 상담 체계를 활성화하고, 위험 신호를 감지한 가족이나 주변인이 조기 개입할 수 있는 구조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 심리상담가는 “극단적 선택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과 커뮤니티 전체의 문제”라며 “조기 발견과 개입, 정신건강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인사회는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가정 내 갈등과 폭력 문제를 단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경제적·심리적·사회적 요인을 포괄하는 다층적 접근을 통해 비극을 예방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차원의 감시, 지원, 개입 체계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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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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