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스틸·인텔 등 지배…행동주의 투자자처럼 기업경영 개입
▶ “장악할 기업 추가 물색”…미국특유 시장 효율성 해칠라 논란

반도체 업체 인텔의 최대주주가 되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행정부 [로이터]
미국 정부가 US스틸과 MP머티리얼스에 이어 인텔 지분까지 보유하게 되자 미국 경제가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국가 자본주의'를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3일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정부가 마치 행동주의 투자자처럼 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해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체제의 미국 정부는 반도체·철강·광산 등 주요 기업에 대해 국가안보나 보조금 지급 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인텔의 (지분) 10%를 완전히 소유하고 통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89억 달러(약 12조원) 상당의 지분을 가진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됐다.
지난달에는 국방부가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스에 4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15%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됐고, 6월에는 US스틸을 일본에 매각하면서 핵심 경영 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받았다.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AMD에는 중국에 판매하는 반도체 매출의 15%를 정부에 납부토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같은 조치들을 상거래적 합의(deal)로 부르며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NYT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다른 기업들을 샅샅이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로펌 '시들리오스틴'의 카이 리키펫 기업방어실무 공동의장은 "나와 대화한, 정부 보조금·지원금을 받는 거의 모든 기업이 현재 이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면 다양성·형평성·포용성과 관련된 표현을 웹사이트에서 삭제하고 대통령을 더 많이 방문하라는 조언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장 참가가 그간 자유시장 체제의 핵심 국가였던 미국이 국가 관리 자본주의(state-managed capitalism)와 유사한 체제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가 관리 자본주의는 국가의 이익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가 시장 자유를 통제하는 체제로, 대표적인 채택 국가로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꼽힌다.
이전에도 2008년 금융위기 등 특정 시기에 미국 정부가 기업에 개입한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개입은 과거와 달리 붕괴 직전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거나 세계 경제의 파탄을 막기 위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너선 레비 파리 정치대학(시앙스포) 교수는 "미국은 항상 공기업과 사기업 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이었다"며 "전쟁이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만 예외를 뒀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시실리아 메릴랜드대 교수는 정부가 반도체 중국 매출의 일부를 받기로 한 조치에 대해 "가장 관대하게 해석해도 성공을 위한 강탈"이라고 비판했다.
새러 바우얼리 댄즈먼 인디애나대 교수는 "정부가 한번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나면 그 기업의 의사결정은 더 이상 시장 논리에 좌우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개입했을 때 일반 주주를 보호할 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에드워드 록 뉴욕대 교수는 "우리에게는 지배주주가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거액의 보상 패키지를 원하는 경우 이를 처리할 방법이 있다"며 "그러나 예를 들어 정부가 기업의 생산거점 해외 이전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경우 이를 분석하고 처리할 규정은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이라며 핵심 기업에 대한 지분 확보가 자유시장 경제를 약화한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인텔에 대해 "이 회사는 냄비나 프라이팬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지분 인수는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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