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WP·NYT 등 주요 신문들 일제히 사설로 ‘권력 남용’ 지적

FBI의 압수수색 당한 존 볼턴 전 안보보좌관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표적 비판자로 꼽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연방수사국(FBI)이 강제수사에 착수하자 미국 주요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 정적들에 대한 본격적 보복의 신호탄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트럼프의 복수 캠페인이 존 볼턴을 겨냥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FBI가 전날 볼턴 전 보좌관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그(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캠페인은 불길한 방향으로 전환됐다"며 "이번 압수수색을 보복 차원 외에 다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볼턴이 2019년 해임된 뒤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난맥상을 전하는 자서전을 써낸 것이 이번 수사가 겨냥하는 표적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자서전은 기밀 사항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백악관의 검토 과정을 거쳐 출판된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인 캐시 파텔 FBI 국장은 볼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악감정'을 헤아려 볼턴 저서를 둘러싼 기밀 유출 혐의를 수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사설은 지적했다.
이어 사설은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에 내린 결정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을 솔직하게 계속 밝혀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FBI의 압수수색으로 볼턴을 침묵하게 만들길 희망할 수 있지만 뜻대로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설은 "진정으로 법을 위반하는 사람은 보복을 위해 권력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보이는 대통령"이라며 "우리는 이것이 트럼프 2기의 위험 중 하나라고 말했는데,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나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적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같은 날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볼턴 압수수색에 대해 질문받자 바이든 행정부 시절 기밀자료 유출 혐의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마러라고 자택이 압수수색 당했던 일을 상기하면서 "나는 (압수수색 당하는) 그 느낌을 안다"고 말한 데 주목했다.
유죄 판결로 연결될지 여부를 떠나 압수수색 자체가 당사자에게 주는 심리적 고통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라는 지적이었다.
WP 사설은 이어 "76세의 볼턴을 수사하는 것은 최고 법 집행 업무에 당파적인 편향성을 가미하는 데 따를 위험을 부각한다"며 현재 연방 기관들이 '트럼프 비판자'들의 과오를 먼지털기식으로 찾고 있는 과정에서 이번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사설은 "트럼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으로 연결된 닉슨의 권력 남용 사건) 이후 구축된 규범을 꾸준히 침식해왔다"며 정부를 정적 공격의 '무기'로 삼는 것은 상호 보복의 악순환을 촉발한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사설에서 볼턴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전쟁 중재 외교 등에 대해 비판해 온 사실에 주목하면서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자들을 향한 보복 캠페인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NYT 사설은 "백악관과 법무부 및 FBI 내 (트럼프 대통령) 충성파들은 '입을 다물지 않으면 당신의 직업, 자유를 위협하고, 당신이 지속적으로 혐의를 받게 하는 데 연방 법 집행기관의 특별한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썼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