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시스 인수하는 워버그핀커스
▶ 독보적 기술력으로 中과 격차 유지
▶ 가격 경쟁력도 높아 안정적 매출
▶ 베인, 인수 3년만에 1조 넘는 차익
제조업에 이어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까지 중국이 무섭게 추격하면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의료미용 산업에 글로벌 대형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슬로우에이징(젊은 나이부터 노화를 관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고소득자의 전유물이던 의료미용 산업이 대중화하고 있지만,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높은 기술력과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은 드물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외 사모펀드(PEF)들은 의료미용 기기의 해외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단기간 대형 투자로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거래 사례는 해외 PEF에 쏠려 있으며 국내 PEF나 기업은 ‘쩐(錢)의 전쟁’에서 밀린다는 평가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털은 2022년 클래시스 경영권을 6700억 원에 인수한 지 3년 만에 2조 원 이상 매각에 임박했다. 클래시스 매각에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 힐하우스캐피털, MBK파트너스 등 주로 PEF가 관심을 보였다. 다만 상장사인 클래시스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인수 후보들은 보수적인 입장으로 돌아섰고 워버그핀커스가 단독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베인캐피털은 2017년 카버코리아를 인수가의 7배인 1조 8750억 원에 유니레버에 되판 이후 또 한 번 뷰티 분야에서 잭팟을 눈앞에 뒀다.
워버그핀커스는 경영권 투자 전문 PEF로 출발했지만 부동산 투자로 외형을 키워왔다. 국내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캐나다연금투자(CPPI)와 공동으로 부동산운용사에 투자한 뒤 간접적으로 국내 투자 시장에 모습을 비췄다. 올해 들어 부동산 투자와 함께 본래 익숙했던 대형 경영권 거래에 직접 뛰어들었다.
베인캐피털과 워버그핀커스를 비롯해 글로벌 PEF들은 한국 시장 전반에는 관심이 낮지만 유독 의료미용 분야에는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 글로벌 PEF들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이끌어 내기 위한 대규모 투자와 네트워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미용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3년 159억 달러(23조 원)에서 연평균 12%씩 성장해 2032년에는 425억 달러(6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아리즈톤에 따르면 국내 의료미용 산업 역시 2023년 8010억 원 규모에서 2029년 1조 596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미용 산업은 크게 휴젤 등 톡신·필러를 사용한 주사형 의료기기, 클래시스 등 초음파를 활용한 에너지기반의료기기(EBD), 가정용 뷰티 기기로 나뉜다. 이 중 현재 성장성이 높은 영역은 주사형 의료기기와 에너지기반 의료기기 분야다. 이들 영역에서는 3~6개월마다 고객들이 재시술을 받아야 하고 병원은 의료기기의 소모품을 교체해야 한다. 높은 마진과 안정적인 매출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이유다.
특히 국내에서는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 대형부터 개인 클리닉까지 쉽게 시술을 받을 수 있는데 경쟁이 심해지면서 해외 진출이 불가피하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의료기기나 성분에 대한 인허가 장벽이 높지만 글로벌 PEF라는 파트너를 만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중국과 브라질 등 중남미와 동남아 역시 의료미용 산업 분야의 신흥 시장으로 가격에 민감해 중국보다 시술 비용이 저렴한 국내 기업이 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클래시스를 비롯해 파마리서치, 휴젤 등은 모두 글로벌 PEF의 투자를 받았으며 연간 영업이익 성장률이 30%를 넘어 급성장하고 있다. 피부주름 시술기기(클래시스), 필러·스킨부스터(파마리서치), 톡신(휴젤), 홈뷰티 기기(에이피알) 등 각자 독자적인 영역에서 내수 시장에 이어 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 PEF 역시 루트로닉(한앤컴퍼니), 에이피알(신한벤처투자), 비올(VIG파트너스) 등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각 영역의 의료미용 기업을 통합하는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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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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