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매력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야생마’같다고 말한다. 야성적이다… 야생마같다… 이런 표현이 음악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음악사에서 유독 독창적인 활약을 펼친 음악가가 있다면 누구보다도 베를리오즈(佛1803-1869)를 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음악가로서의 그의 일생은 워낙 일반적이 않고 체계적인 어떤 업적을 남기지 않아서 뭐라고 정의하긴 힘들지만 베를리오즈는 ‘파우스트의 겁벌’,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문학과 음악을 연계한 대작을 수없이 남긴 낭만파 시대의 위대한 거장 중의 한 명이었다. 흠이 있다면 당대의 음악 수법을 (따라하지 않고) 도용하지 않았다는 점, 제멋대로 음악을 썼다는 것인데 베를리오즈에게 소나타 형식이나 (당대)낭만주의 수법 등은 거의 의미가 없었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통으로 쓰고 마음대로 끝내버리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았다. 언뜻 세련되지 않고 거칠며 섬세한 맛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음악은 감정에 솔직하고 원시적인 본성이 드러난 야성적인 아름다움으로 동시대 음악가들에게 열렬히 환영을 받았다. 다만 그의 음악은 표제음악을 창시했다는 크레딧(업적)이 전부인데 사실은 교향곡에서부터 레퀴엠, 오페라, 종교음악, 가곡 등 광범위하게 명곡들을 남겼던, 전기 낭만파에서는 베를리오즈를 빼고는 말하기 힘든 존재였다.
음악사에서 베를리오즈(佛18-18)는 야생마였다. 야성적인 음악을 쓴 것도 그렇지만 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의사가 되겠다고 의대에 들어갔는데 사체 안치실에서 쥐들이 시체를 뜯어먹는 장면을 보고 그 길로 의대 창문을 통해 도망쳤다고 한다. 베를리오즈는 피아노를 칠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그럼에도 글룩의 오페라를 보고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 벼락공부끝에 파리 음악원에 합격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당선되면 로마로 유학을 보내주는 ‘로마대상’이라는 것이 있었다. 유명하게 되고 싶었던 베를리오즈는 무수한 낙방끝에 ‘로마대상’에 도전 드디어 합격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아이러니는 합격된 그해(1830년)에 (프랑스) 7월 혁명이 터지자 갑자기 총을 들고 밖으로 나가 혁명당원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베를리오즈의 성격을 잘 나타내주는 장면으로, 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베를리오즈는 음대 시절에도 세익스피어의 연극을 보다가 주인공 여배우(헬리엇 스미드슨)에게 반해 프러포즈를 일삼다가 반응이 없자 절망 속에서 ‘환상교향곡’을 남긴 사실은 유명한 일화이다.
로마에 가서도 끈기있게 공부를 지속하지 못했는데 이태리 선생들과 매일 부딪히기도 하고 파리에 있던 약혼녀가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로 쫒아가 죽이겠다며 탈출을 시도하기도 하고… 천신만고(?) 로마 유학을 마친 뒤 파리로 돌아와 ‘환상교향곡’을 발표,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덕분에 짝사랑하던 그녀(헬리엇 스미드슨)와도 결혼하게 되지만 불같은 성격의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게 흐르게 된다. 아무튼 ‘환상교향곡’ 등이 히트치면서 베를리오즈는 파가니니가 찾아와 작곡을 위촉하는 등 유럽에서 명성이 자자해지고 이후 ‘파우스트의 겁벌’, ‘7월 혁명 희생자를 위한 레퀴엠’, ‘트로이의 사람들’ , ‘로미오와 줄리엣’ , ‘예수의 어린 생애’ 등 문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대작들을 수없이 발표, 작곡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굳힌다. 66세에 사망한 베를리오즈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 누구의 후계자도 아니며 또 그 어떤 후계자도 남기지 않았다’며 특이한 이력을 조명하는 것에 그쳤지만 가장 격정적이며 야성미가 넘쳤던 베를리오즈야말로 낭만파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가장 위대한(?) 괴짜이기도 했다.
꽤 오래전, 차 안에서 누구를 기다리며 FM을 켜놓고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잠에서 깨어 정신을 차리고 들어보니 여지껏 들어본 음악 중 가장 격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FM 에서는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이라고 했다. 평소에 알고 있던 음악이 이처럼 다르게 들려올 수가 있을까? K모 지휘자가 지휘한 현장 연주 실황이었는데 지금까지 그 음반을 찾을 수 없었다. 당시 들었던
음악이 정말로 환상 교향곡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환상이 가미된 나만의 환상교향곡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환상교향곡은 늘 미스테리하면서도 베를리오즈를 연상케하는, 어떤 운명적 연결고리로 남아있다. 나는 왜 베를리오즈를 좋아하게 된 것일까? 좋아하기에는 너무 격정적이고 멀리하기에는 너무 야성적인(매력의) 베를리오즈… 오랜 세월이 지나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것은 격정이나 야성때문만은 아닌… (베를리오즈를 그렇게 만든) 음악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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