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 25달러에서 700달러 사례
▶ 환자위해 약값 쇼핑하는 병원
▶ 투여 용량 나눠 사용하는 환자
▶ 현금 할인 비용 여전히 부담

보험사들이 GLP-1계열 비만 치료제에한 보장 범위를 축소하거나 승인 절차를 강화하면서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
웨스트버지니아대 병원 비만 치료 전문의 로라 데이비슨 박사는 요즘 환자 치료보다 더 많은 시간을‘약값 비교’에 쏟고 있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GLP-1 계열의 체중 감량 약품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데이비슨 박사는 “환자들을 위해 가장 저렴한 약값을 찾는 것이 업무 중 중요한 부분이 됐다”라며 달라진 업무 환경을 전했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데이비슨 박사처럼 약값과 보험 정책 비교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비만 치료 전문의들이 늘고 있다.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의 가격이 워낙 고가인데다, 관련 보험 내용이 자주 변경되면서 환자들의 문의와 요청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보험 적용 절차 강화 추세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는 월 1,000달러를 웃도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수백만 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찾으면서 보험사에 막대한 재정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에 대해 보험 적용 절차를 강화하거나 아예 보장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비용 통제에 나서고 있다.
환자와 병원들은 보험사의 승인 거절에 맞서 이의 신청을 제기하거나, 저렴한 대체제를 찾는 등 비만 치료제 확보에 혈안이다. 일부 환자들은 약 복용량을 나눠 쓰는 방식까지 동원하면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보험 보장을 받지 못한 환자들 중에는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현금 할인 프로그램을 통해 비만 치료제를 구하는 사례도 있다. 현금 할인을 받더라도 비용은 연간 6,000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상당수 환자에게는 할인 프로그램도 그저 ‘그림의 떡’에 불과할 뿐이다.
■전체 처방 62% 보험 적용 거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비싼 약값은 물론 보험사마다 서로 다른 보험 보장때문에 환자와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원 담당자가 새 보험 정책을 항상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물론 환자가 약을 바꾸면 해당 약품에 대한 보험 보장을 새로 신청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이에 의료계는 “의료진에 추가 업무 부담이 생겨 치료 절차가 지연될 뿐만 아니라 진료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IQVIA에 따르면, 작년 GLP-1 비만 치료제 처방 중 실제로 조제된 비율은 약 28%에 불과했다. 또, 보험사는 전체 처방의 약 62%에 대해 보험 적용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을 통한 비만 치료제 구입이 어려워지자 환자들이 보험 없이 현금으로 약값을 지불하는 비율도 급등했다. 현금 구매로 조제된 처방은 2023년 약 11%에서 2024년 53%로 약 5배나 늘었다.
■대형 약국, 싼 약품 업체와 계약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공급 비용을 낮추기 위한 약국업체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형 ‘약품혜택관리업체’(PBM)인 ‘CVS 케어마크’(CVS Caremark)는 지난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와 협상을 통해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에 대한 할인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위고비를 전국적으로 ‘우선 권장 약품’으로 지정하기로 한 조건에 따른 것으로, 이에 따라 앞으로 경쟁 약품인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에서 위고비로 갈아타는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용 부담을 이유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보장을 중단하거나 중단 예정인 보험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블루크로스 블루실드’(BCBS) 지사는 이들 약물의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적하며 보장 축소 방침을 밝혔다.
연방정부 저소득층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역시 비만 치료 목적의 처방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장하지 않고 있다. 다만,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한 젭바운드나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목적으로 쓰이는 위고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보장이 이뤄질 뿐이다.
■투여량 줄여 나눠 복용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 사이에서 젭바운드와 위고비를 대체하는 저가 ‘모방약’ 사용이 늘고 있다. 이들 약품은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않은 비공식 약품으로 일부 부작용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FDA가 모방약 대량 제조 중단 지시를 내리면서 비승인 모방약품 구입조차 힘든 상황이다.
일부 의사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오젬픽(Ozempic)’을 체중 감량 목적으로 처방하기도 한다. 오젬픽은 위고비와 동일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품은 자동주사기 펜에 투여 용량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소량 투여로 체중 감량 효과를 본 환자들은 주사 횟수를 의미하는 ‘클릭 수’ 조절 방식으로 비용 조절에 나서고 있다.
■25달러에서 700달러로
위고비에 대해 보험 보장이 축소되면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연방정부 공무원 케빈 사이크스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달 25달러의 본인 부담금만 내고 고혈압 관리를 위해 위고비를 복용해왔다.
그의 아내와 딸도 같은 보험인 연방 공무원 대상 블루크로스 블루실드 플랜을 통해 위고비를 처방받아 체중을 감량했다.
하지만 올해 초 보험사가 위고비를 ‘우선 보장’ 약물 항목에서 제외하면서 상황이 바뀌게 됐다. 사이크스 씨의 딸이 약국에서 위고비를 재주문하자 약국 측에서 이제부터 700달러를 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와 주문을 포기했다고 한다.
사이크 씨 가족이 가입한 보험사 측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체 보험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라며 “현행 보험료를 유지하려면 보장 범위 조정밖에 방법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사이크스 씨 가족 모두가 예외 적용을 받기 위해 의사들과 함께 보험사에 면제 신청을 시도했다. 하지만 거절당했고, 보험사 권유에 따라 GLP-1 계열이 아닌 대체 약품 ‘콘트레이브’(Contrave)를 몇 주간 복용했다.
그러나 체중 감량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사이크스 씨는 체중 증가와 어지럼증을 겪었으며, 아내도 부작용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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