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구호 활동 방해돼…이스라엘, 봉쇄 풀어야”
▶ GHF 중립성·독립성 논란으로 대표·COO 잇따라 사임

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 주도 가자지구 구호물자 배급조직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의 구호물자 박스를 실은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을 돕는다며 설립한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27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구호품 배급소 운영을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GHF가 이스라엘 정부와 협력하는 미국 민간 경비업체와 함께 가자지구 남부인 라파에 3곳, 중부 알부레이지에 1곳에 배급소를 설치했다.
이스라엘군은 "라파의 텔알술탄, 모라그 회랑 등 2곳에서 오늘(27일) 운영을 시작해 수천 가구에 식량을 배급하고 있다"며 나머지 배급소도 점진적으로 문을 연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27일 "지금까지 46만2천끼에 해당하는 구호식량 약 8천 상자를 배급했다"고 밝혔다. GHF는 이날 한때 배급소에 인파가 너무 많이 몰려 운영진이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정상적으로 구호품 배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민간인들의 배급소 접근을 가로막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전날부터 배급소를 운영했다고 발표했으나 물류를 담당한 미국 기업 측에 문제가 생기면서 일정이 다소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GHF는 구호품 배급과 관련해 "이번 주말까지 10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몇주 내로 모든 주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신속히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옌스 라에르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GHF 활동을 가리켜 "이는 실제로 필요한 것에 방해가 된다"며 "우리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반입을 허용하는 지원품에 대한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자지구의 구호물자 배포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등 유엔 기구가 맡았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은 하마스가 구호물자를 빼돌리거나 탈취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올해 2월 GHF를 설립하고 중심 역할을 맡기는 개편을 주장했다.
이 계획은 구호품 배포 센터가 4곳뿐인 데다 도보 접근만 허용돼 노약자가 가기 어려우며 모두 가자지구 남쪽에 몰린 탓에 이스라엘군이 주민을 유인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스라엘은 3월 초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해 식량 등 구호물자 전달을 2개월여간 막았다가 지난주에 소량의 물자 반입을 허용했다.
유엔과 산하기구, 그리고 기존의 구호 관련 단체 대부분은 GHF의 업무계획이 인도주의적이고 독립적·중립적·비편파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며 "원조를 무기화하는 것"이라며 협조 불응을 선언했다.
GHF는 하마스가 이 단체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GHF가 세운 구호물자 배포센터에 주민들의 접근을 막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스위스와 미국 델라웨어주에 법인 등록이 된 이 단체는 현지 구호활동 개시 직전에 대표(executive director)와 최고운영자(COO)가 잇따라 사임했다.
중립성과 독립성 논란에 따른 내분 때문이다.
하루 전인 지난 25일 제이크 우드 GHF 대표는 성명서를 내고 "인간성, 중립성, 비편파성, 독립성이라는 인도주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이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나는 그런 원칙들을 저버릴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우드 대표에 이어 데이비드 버크 COO도 사임했다고 전했다. GHF 이사회는 26일 존 애크리를 임시 대표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GHF가 구호식량 배포를 개시했다고 발표한 26일에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많은 가자지구 주민이 사망했다.
AP통신이 전한 현지 보건당국 집계에 따르면 이날 사망자는 확인된 사례만 52명이며 이 중에는 피란민 수용소로 쓰이던 학교에서 잠을 자다가 이스라엘 공군의 폭격으로 숨진 36명이 포함돼 있다.
한편 미국이 제안한 가자지구 휴전 방안을 하마스가 수용했다는 보도들이 한때 나왔으나,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는 이를 부인했다.
AFP와 로이터는 위트코프 특사가 인질 10명 석방을 대가로 60∼70일간의 휴전을 제안했고 하마스 측이 이런 조건을 수용했다고 하마스 관계자 혹은 하마스와 가까운 팔레스타인 관계자를 인용해 26일 전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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