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치 훼손… 권위주의로 가고 있어”
▶ WP “능력 대신 충성심 따지는 인선 백악관 ‘그들 만의 세계’ 만들어”

지난 19일 J.D. 밴스 부통령 관사 앞에서 반 트럼프 시위대가 법치주의 등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 100일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역대 미국 대통령 최저 수준 지지율을 기록한 가운데 언론과 학계에서도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주요 대학의 법학자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100일간 ‘무법’에 가까울 정도로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했다. 능력보다는 충성심을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인선 방식으로 인해 백악관을 고립된 ‘그들 만의 세계’로 변질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8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주요 대학의 법학자 35명을 인터뷰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0일간 미국의 사법 및 헌법 체계에 도전하고 대학과 언론 등 시민 사회를 탄압하는 등 ‘무법 대통령’으로 행세하고 있다는 평가를 전했다. 이들은 보수·진보 등 정치 성향과 소속 대학 등을 가리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 집권 100일 동안 미국의 사법 체계가 중대한 시험대 위에 올랐다는 것에 모두 동의했다.
일부 학자들은 트럼프의 행보가 전형적인 권위주의 정권의 특성을 보인다면서 미국 헌법이 권위주의에 점령당할 수 있는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를 내놨다. NYT와 인터뷰에 응한 법학자들이 트럼프의 행동 중 가장 위헌 소지가 크다고 입을 모아 지적한 것은 미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자녀에게 시민권을 주는 출생시민권 제도 금지 조치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보수와 진보 성향의 학자들 모두 출생시민권 금지는 명백한 위법이며 법원이 이를 허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노던일리노이대 로스쿨 이반 버닉 교수는 출생시민권 금지는 “위헌을 넘어 반 헌법적 조치”라면서 “이는 우리의 헌법사와 법에서 미국 역사 속에서 인간의 자유를 향한 가장 위대한 노력 중 하나를 지우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을 두고도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스탠포드대 로스쿨의 마이클 매코널 교수는 연방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특정한 수입 규제를 부과할 권한은 일부 있다면서도 “대통령은 수입품에 세금을 매길 헌법적 권한을 내재적으로 지니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UCLA 로스쿨의 앤 칼슨 교수 역시 “연방의회 승인 없이 의심스러운 법적 권위를 가지고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세계 경제 전체를 혼돈과 침체로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적절한 절차 없이 이민자들을 추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이민 정책과 대학·로펌·언론 등 시민 사회를 향해 벌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공격 역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밴더빌트대 로스쿨의 수재너 셰리 명예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백악관의 표기 방침에 따르지 않은 AP통신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한 것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말했다.
법학자들은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반적인 행보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고 권력의 균형과 견제 기능을 무너뜨려 미국을 권위주의 정권과 같은 체제로 전락하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코넬대 로스쿨 마이클 도프 교수는 트럼프의 이런 ‘무법 행보’가 어디로 향하고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그는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인 채 헌법과 연방법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컬럼비아대 로스쿨 자말 그린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선별적이면서도 무자비하게 법을 집행하면서 동시에 국가의 전반적 통치 역량을 해체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보복의 두려움으로 시민 사회가 크게 약해진 권위주의 체계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로스쿨 데이비드 포젠 교수 역시 “미국의 헌법 시스템이 권위주의에 점령당하기 직전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집권 1기 때보다도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충성심’을 앞세운 트럼프 2기 정부 인선 방식이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사설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능력이 아닌 충성심이 성공을 결정짓는 그들만의 ‘비눗방울’ 안에 갇힌 형국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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