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해양법 협약에는 영토 관할권 확정에 기본이 되는 영해기선에서 최대 200해리(약 370㎞)까지는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규정해 자원 개발, 에너지 생산, 인공섬 조성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문제는 한중 간 좁은 서해의 폭으로 인해 EEZ 중첩 수역이 약 7만 3000㎢에 달하면서 해상 분쟁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한국과 중국은 2001년 6월 ‘한중 어업 협정’을 맺고 중첩 수역을 ‘잠정조치수역(PMZ)’으로 정해 어업 활동 외 시설물 설치와 자원 개발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이 완충 구역에서 불법 조업을 서슴지 않는 것은 물론 칭다오 남동쪽 185㎞ 지점의 PMZ에 폐(廢)석유 시추선을 개조한 가로 100m, 세로 80m, 높이 50m 크기의 고정 구조물을 구축했다. 3개의 다리와 헬기 이착륙장도 갖춰 ‘인공섬’이나 다름없다. 이곳에서 동남쪽 3㎞ 지점에는 대형 반(半)잠수식 이동 구조물도 설치했다. 중국은 ‘해상 연어 양식장과 관리 시설’이라고 주장하지만 한중 협정과 유엔 협약을 위반하면서 망망대해에 대형 구조물을 설치하는 속내가 의문스럽다. 더욱이 PMZ 내 구조물 설치를 대폭 늘린다고 하니 매우 심각한 문제다.
■중국은 10여 년 전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제도의 암초 7곳에 인공섬을 건설해 이를 군사기지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오늘날에도 베트남·필리핀·대만·말레이시아 등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은 필리핀이 제기한 남중국해 영유권 소송에서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지만 남중국해의 85% 이상을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한다.
■남중국해 사례처럼 중국이 PMZ 시설을 해양 영토 논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알박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10여 년 전 시작한 ‘서해공정(西海工程)’을 본격화하며 PMZ 영유권을 주장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중국에 대한 엄중한 항의와 경고는 물론 비례 대응 차원에서 중국 측과 비슷한 시설물을 인근 해상에 설치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고광본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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