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 속의 여론… 심리 상담해 보니
▶ “AI로 심리 상담 의향” 40% 불구
▶ 실제 AI 상담 경험은 11% 머물러
▶ 공감·전문성 대한 회의적 시선 탓
▶ AI 상담은 시간·비용 유리하지만
▶ 공감·전문성은 인간 상담사 신뢰
▶ AI로 완전한 대체는 쉽지 않을 듯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국민의 비율이 2022년 63.8%에서 2024년 73.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심리상담 서비스의 수요와 필요성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대면 상담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높은 상담 비용 등의 이유로 접근성이 낮은 한계를 갖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상담 서비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인간 상담사와의 비교가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 3월 7~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문 상담사와 AI 상담사에 대한 이용 경험 및 인식 조사를 진행하였다.
향후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경우, 전문 상담사를 통한 심리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는 사람은 전체의 56%, 챗GPT 등 AI를 통한 심리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는 사람은 40%이다.
하지만 실제 상담 경험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상담 방식(대면, 전화, 채팅 등)과 관계없이 전문 상담사를 통한 심리상담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16%, AI를 통해 개인적인 고민이나 심리적 어려움을 상담해본 응답자는 11%로 이용 의향 대비 낮은 이용률을 보인다.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 상담사를 통한 심리상담 서비스 이용에 대해서는 ‘상담비용에 대한 부담(51%)’, ‘개인정보나 심리적으로 민감한 정보의 유출(41%)’, ‘상담이 효과적일 것 같지 않은 의심(39%)’, ‘내 고민을 타인에게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불편감(39%)’ 등을 우려한다. AI 심리상담 서비스에 대해서는 ‘상담이 효과적일 것 같지 않은 의심(55%)’, ‘감정적 공감의 부족(52%)’, ‘상담사의 전문성에 대한 의심(47%)’, ‘개인정보나 심리적으로 민감한 정보의 유출(41%)’ 등의 우려가 크다. 상담 효과에 대한 의심과 민감정보 유출 우려가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가운데 전문 상담사에 대해서는 비용 부담과 심리적 불편함이, AI 심리상담에 대해서는 공감 및 상담 전문성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이 이용을 꺼리는 주요 원인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각 상담 방식에 대한 기대감과 가치 또한 인정한다. 각 상담 방식에 기대하는 바를 확인한 결과, 전문 상담사를 통한 심리상담 서비스 이용 시에는 ‘전문성을 가진 상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한 직접적인 문제 해결(44%)’과 ‘나에게 맞는 맞춤형 솔루션 제공(41%)’을 기대한다는 응답이 높다. AI를 통한 심리상담 서비스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 없이 편하게 고민을 털어 놓는 것(47%)’,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상담을 받는 것(41%)’과 ‘익명성의 보장(35%)’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전문 상담사는 전문성과 맞춤형 해결책을 통한 깊이 있는 접근에, AI 심리상담은 접근성과 심리적 안정감을 통한 부담 경감에 강점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전문 상담사를 통한 심리상담 경험이 있는 응답자 160명과 AI를 통한 심리상담 경험이 있는 응답자 115명에게 각각 심리상담 서비스 이용 경험에 대해 물었다. 전문 상담사를 통한 심리상담 서비스 이용 시 ‘상담사의 전문성과 능력이 신뢰할 만하다고 느꼈다’는 응답은 73%로, AI 서비스 이용자들의 응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AI를 통한 심리상담 서비스 이용 시 ‘상담 시간이나 일정 조정이 편리하였다’는 응답은 86%로 전문 상담사를 통한 서비스 이용자들의 응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으며, ‘AI 이용 비용이 부담되었다’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를 통해 전문 상담사는 전문성에, AI는 비용과 편리성에 강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주제로 상담을 받았을까? ‘트라우마 및 과거의 상처 관련 문제’를 제외하고 전문 상담사를 통한 심리상담과 AI를 통한 심리상담의 상담 주제 순위는 유사하다. ‘트라우마 및 과거의 상처 관련 문제’로 전문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았다는 응답은 32%로, 전체 상담 주제 중 3번째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반면, AI를 통해서는 22%가 이 문제로 상담을 받았다고 답해,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앞서 전문 상담사와 AI 기반 심리상담에 대한 이용 의향과 실제 경험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이용 행태와 경험은 결국 두 상담 방식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인간 상담사와 AI 상담사의 역량과 특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AI 상담사와 인간 상담사 중 누가 상담 업무를 더 잘 수행할 것 같은지 물었다. 66%는 ‘인간 상담사가 더 잘할 것 같다’고 평가하며, 35%는 ‘AI 상담사가 더 잘할 것 같다(17%)’ 혹은 ‘차이가 없을 것 같다(18%)’고 본다. 인간 상담사에 대한 신뢰가 우세하지만, 3명 중 1명 정도는 AI 상담사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상담을 받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는 어떨까? 인간 상담사가 적합하다고 평가받은 상황은 ‘깊은 감정적 공감이 필요한 경우(80%)’, ‘본인에 대한 이해를 하고 싶은 경우(63%)’, ‘윤리적 판단이나 조언이 필요한 경우(57%)’, ‘개인적인 맞춤형 상담이 필요한 경우(55%)’, ‘간단한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51%)’이다. 반면, ‘즉각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54%)’, ‘객관적인 조언이 필요한 경우(47%)’, ‘반복적인 습관 교정이나 행동 수정이 필요한 경우(42%)’에는 AI 상담사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높다. 정서적 지지와 개인의 내면을 깊이 이해해야 하는 상담에서는 인간 상담사에 대한 신뢰가 높은 반면, 신속성과 객관적 피드백이 필요한 상황, 논리적 분석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AI 상담사가 더 적합하다는 인식이 높음을 보여준다.
각 상담 요소별로 인간 상담사와 AI 상담사 중 어느 쪽이 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공감능력(77%)’, ‘정서적 안정감(72%)’, ‘의사소통능력(68%)’, ‘유연한 태도 및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적응력(65%)’, ‘상담의 신뢰성(48%)’, ‘심리학적 지식 및 상담기법 이해(45%)’에 대해서는 인간 상담사가 강점이 있다는 응답이 높다. 반면, ‘상담 접근성(67%)’, ‘타기관 연계 및 정보제공(44%)’, ‘상담의 지속성(43%)’에 대해서는 AI 상담사가 강점이 있다는 응답이 높다. 인간 상담사가 감정적인 교류와 공감을 제공하는 능력 및 전문성 측면에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가운데,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고 비용이 저렴하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AI의 특성 또한 반영된 결과이다.
AI를 활용한 상담은 높은 접근성과 낮은 비용 측면에서 강점이 있으며, 즉각적인 조언 제공이나 반복적인 습관 교정과 같은 영역에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서적인 공감이나 깊은 감정적인 이해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인간 상담사가 여전히 강점을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AI 상담사가 단시간 내에 인간 상담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단회기 상담이나 행동수정 등을 위한 보조적인 역할로 AI가 활용된다면,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시의적절한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고, 상담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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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진 한국리서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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