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AI 굴기’에 칼 빼든 미국
▶ H20 당국 허가 받아야 판매 가능
▶ AMD·인텔 칩도 대중 수출 차단
▶ 의회 “딥시크 안보에 심각한 위협”
▶ 베이징 찾은 젠슨황 수습책 주목
엔비디아가 700조 원이 넘는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내놓았지만 인공지능(AI) 가속기 H20의 대(對)중국 수출이 제재를 받게 됐다. 미국의 이번 제재는 특정 제품이 아닌 ‘최대 대역폭’을 지목한 만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나아가 미국 의회가 중국 AI 딥시크의 안보 위협을 거론하며 엔비디아의 AI 칩 중국 수출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엔비디아에 튀면서 반도체 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급기야 대중 반도체 수출까지 제재를 받으면서 엔비디아가 미중 협상판에서 가장 큰 ‘칩(chip)’이 됐다”고 짚었다. 반도체를 뜻하는 ‘칩’과 도박에 쓰이는 ‘칩’의 철자가 같다는 점에서 착안한 비유다. 엔비디아는 전날 장 마감 이후 H20이 대중국 수출 허가 대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판매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수출규제 대상에 오른 것이다.
H20은 엔비디아가 대중국 수출규제 속 전용 AI 칩셋으로 만든 제품이다. 최신 AI 가속기인 블랙웰은 물론 전 세대 주류 모델인 H100보다 75%가량 느려 중국 외 국가에서는 사실상 수요가 없다. 엔비디아는 올 1분기에만 180억 달러에 달하는 H20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날 엔비디아가 수출제한 조치로 1분기에 추가될 비용으로 밝힌 금액만 55억 달러에 달한다. 엔비디아는 매출채권 비중이 높아 향후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AI 가속기 수출규제는 엔비디아만 겨낭한 조치는 아니다. AMD와 인텔 역시 각각 MI308, 가우디 칩셋의 수출이 차단됐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텔이 고객사에 보낸 공지를 인용해 미 상무부가 ‘초당 D램 대역폭 1400GB(기가바이트) 이상, 초당 입출력 대역폭 1100GB 이상, 합산 초당 1700GB 이상’인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막았다고 보도했다.
HBM3E 12단 대역폭은 초당 1200GB를 상회한다. 내부 입출력 속도를 감안할 때 최신 HBM을 탑재한 반도체는 사실상 중국으로 수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데이터센터 전용 AI 가속기는 물론 고성능 게이밍용 그래픽처리장치(GPU)도 수출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 최신 GPU RTX 5090은 메모리 대역폭이 무려 1792GB에 달한다. 게이밍 GPU를 AI 개발에 사용하는 우회로까지 막아선 것이다.
미국의 광범위한 규제 확대는 딥시크로 대표되는 중국의 AI 굴기 속도를 늦춰 궁극적으로 중국의 AI 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이날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딥시크가 미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한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7일 중국 당국의 초청으로 베이징을 찾은 것으로 알려져 사태 수습을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황 CEO는 “중국은 엔비디아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계속해서 중국과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중앙TV(CCTV)가 전했다. 그는 “(미국의 수출통제에도) 흔들림 없이 중국 시장에 서비스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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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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