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킹 가능 채팅방서 ‘후티 공습’ 작전계획 논의
▶ ‘분 단위 공습계획’도 노출… 기자 초대로 공개돼
▶ 백악관 “망할 잡지” 적반하장… 민주 “청문회해야”

J.D. 밴스 부통령(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로이터]
미군의 후티 반군 공습 계획이 시행 두 시간 전 언론인에게 노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백악관 최고위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민간 메신저 앱을 통해 자료를 주고받다가 실수로 단체 채팅방에 유명 시사잡지 편집장을 초대한 것이다. 보안을 보장할 수 없는 상업 메신저를 통해 최고 등급 군사 기밀을 논의했다는 사실에 큰 파장이 일었지만, 백악관은 도리어 언론사를 공격하며 시선을 돌리고 있다.
매체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은 지난 24일 애틀랜틱 보도에서 최근 자신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의해 백악관 고위 외교·안보라인 단체 채팅방에 초대됐었다고 밝혔다. 이 채팅방에는 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이 포함됐다. 그는 지난 15일 미군이 후티 반군에 공습을 퍼붓기 두 시간 전 해당 채팅방을 통해 공습 관련 무기 패키지, 목표물, 시점 등 기밀 정보를 대거 공유받았다고 전했다.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현재로서는 공개된 메시지가 진짜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인정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 고위인사들은 후티 반군 공습 과정을 메신저 앱 ‘시그널’을 통해 논의했다. 시그널은 다른 메신저 앱에 비해 보안성이 뛰어나지만, 해킹 우려에서 자유롭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한 미국 정부 인사들이 각종 논의에 시그널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군사 작전과 같은 기밀 논의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대화가 내부용 보안 메신저가 아닌 상업용 메신저 앱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러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CNN방송에 미군의 생명이 달린 군사 작전을 상업용 메신저로 논의한 것은 국가 안보에 충격적인 수준의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허가되지 않은 방법으로 기밀 자료를 전송한 만큼 방첩법 등 법률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논란이 이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적반하장으로 애틀랜틱을 공격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관련 입장을 묻자 “잘 모른다”면서 애틀랜틱에 대해 “곧 망할 잡지” “잡지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폭언을 퍼부었다. 헤그세스 장관은 골드버그 편집장을 “신용 없는 ‘언론인’이라는 자”라고 폄하하며 “아무도 전쟁 계획을 문자로 보낸 적이 없다”고 보안 논란 자체를 부정했다. 그러나 애틀랜틱은 1857년부터 발간된 권위 있는 매체로, 잡지로선 드물게 디지털 유료화에도 성공해 지난해 유료 구독자 수 100만 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다만 백악관 내부적으로는 실수로 언론인을 초대한 왈츠 보좌관에 대한 해임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백악관 고위 보좌관 두 명이 왈츠 보좌관이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일부 관리들은 ”빌어먹을 바보“라는 거친 표현까지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나 이틀 내로 왈츠 보좌관의 거취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자가당착이라는 평도 나온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당시 정부가 기밀정보를 부적절하게 취급했다며 이를 공격소재로 삼아왔다. 특히 헤그세스 장관은 폭스뉴스방송의 앵커로 재직할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개인 메일을 통해 공무를 처리한 것을 두고 ”감옥에 가야 한다“며 비난했던 장본인이다.
민주당에서는 기밀정보 유출에 대한 청문회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정부 직원이 이렇게 민감한 군사 작전에 대한 정보를 유출했다면 조사를 받고 확실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면서 상원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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