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4분기 실적
▶ 중국 공세·HBM 경쟁력 악화
▶ 범용·첨단 시장서 악전고투
▶ 영업익 기대치보다 1조 밑돌
▶ 초고성능 메모리 ‘기술 역전’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시장의 기대치에서 1조 원 이상 밑돈 것은 주력 사업인 반도체(DS) 부문이 ‘이중 사이클’에서 고전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D램 업계는 초고성능·맞춤형 제품과 범용 메모리 시장으로 양분되는 양상을 띠고 있는데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구형 D램 저가 공세와 최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의 경쟁력 약화까지 맞물려 성장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 D램, 6세대 HBM(HBM4) 등 최첨단 D램의 양산을 최대한 앞당기는 전략이 있어야 올해 의미 있는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8일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에 대한 설명 자료를 내면서 △정보기술(IT) 제품의 업황 악화로 인한 반도체 이익 하락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 △업체 간 경쟁 심화 등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삼성전자는 이번 발표에서 부문별 실적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주력인 DS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3조 원대로 추정한다. 지난해 3분기 DS 부문이 ‘어닝 쇼크’를 인정했을 당시의 영업이익인 3조8,600억 원과 맞먹는 부진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 악화는 업계에서 벌어지는 ‘D램 이중 사이클’을 겪으면서 고전하고 있는 여파다. 삼성 반도체는 1992년부터 단 한번도 D램 시장에서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다른 회사들보다 더 빨리 선단 D램을 개발해 메모리 사이클에 먼저 올라타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전략이다. 2018년 유례없는 호황 사이클이 왔을 때에는 분기 영업이익률이 50%를 넘는 대기록도 남겼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는 범용과 선단 제품으로 나뉘고 있는 메모리 시장 환경 속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극명하게 나뉜 시장 환경에서 뚜렷한 삼성전자만의 색깔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스마트폰·PC, 전통 서버에서 쓰이는 범용 D램의 경우 시황 악화와 함께 중국 D램 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삼성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대표 D램 업체인 CXMT는 최근 범용인 DDR4 D램을 필두로 내수 시장을 공략하면서 삼성전자의 레거시 D램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다. 천문학적인 중국 당국의 보조금을 통해 생산 능력도 보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CXMT는 D램 웨이퍼 투입량이 237만 장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 54%나 늘어난 수치다.
흔히 인공지능(AI)용 반도체로 분류되는 초고성능 메모리에서도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이 없다. 여러 개의 D램을 쌓아서 만드는 HBM에서는 D램 경쟁사들이 삼성전자보다 먼저 AI 선두 회사 엔비디아의 공급망에 진입하며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최선단인 10나노급 6세대(1c) 단일 D램의 경우에도 지난해 말 SK하이닉스가 먼저 개발 완료를 선언하며 ‘기술 역전’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풍부한 자본과 과감한 생산 능력 투자로 올해 6세대 HBM(HBM4), 10나노급 6세대 제품 등 차세대 최상위 제품군에서 역전의 기회를 잡는다면 의미 있는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도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4분기 잠정 실적에 대해 “시장에서 생각하는 기대치보다 낮게 나온 것은 맞고 한 발짝 뛸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는 전영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보완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으며 올해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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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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