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법인세율 인하 추진
▶ 감세 정책에 재정수입 줄지만 GDP 0.8% 성장·고용증대 효과
▶한국 기업 복합위기 몰리는데 정치권은 “보조금 지급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를 열흘 앞둔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유세에서 “내가 하려는 것은 (법인세를) 21%에서 15%로 낮추는 것”이라며 “법인세율을 70%로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모두가 (미국을) 떠나 일자리는 없어지고 나라는 죽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으로 꼽히는 미시간주에서 법인세 인하를 통한 제조업 육성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또 “우리는 일본·중국·한국과도 경쟁해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 등 주요국과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법인세 인하 정책이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유치와 자국 기업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8일 “트럼프 당선인이 법인세를 낮추려는 데에는 자국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촉진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며 “미국이 법인세 인하에 나설 경우 한국 기업들도 미국 내 생산을 통한 혜택을 바라면서 생산 시설을 이전할 유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2기 정부 초대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억만장자 펀드 매니저 스콧 베센트는 올해 1월 미 경제 잡지 ‘국제경제(TIE)’에 기고한 글에서 내년에 만료되는 ‘감세와 일자리법(TCJA)’의 영구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무역 파트너들의 불공정한 무역으로 인해 미국 근로자들이 저임금·저생산성 일자리로 밀려나고 있다”며 “미국이 이 관행을 철회하지 않음으로써 제조업 기반의 공동화를 허용하고 있고 미국의 성장이 외국 산업정책의 영향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분석 기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정책이 일정 기간 재정적자를 불러오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책임 있는 연방재정위원회(CRFB)’는 미국 법인세율이 21%에서 15%로 떨어질 경우 2035년까지 재정수입이 2000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또 다른 분석 기관인 택스파운데이션은 트럼프 당선인의 조세정책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0.8%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금도 0.8% 늘어나고 취업자 수(전일제 환산 기준)는 59만 7000명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관세 인상 효과를 빼고 보면 감세정책에 따라 GDP가 장기적으로 2.4%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을 뒤에서 밀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제와 국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한국의 상황이다.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참전과 중동 불안, 트럼프 2기의 더 강해진 미국 우선주의가 예상되는 데도 국내 정치권은 기업들의 뒷다리만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후 지지층의 반발이 커지자 상법 개정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독립이사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도 논의 대상이다.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면 강행 처리할 수 있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야당 안대로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넓어지면 연구개발(R&D)과 증자도 소송 대상이 돼 경영진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복합 위기 속 한국 기업들이 벼랑 끝에 선 상황”이라며 “야당은 상법 개정을 멈추고 반도체와 주력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부터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한국은 야당의 반대에 법인세 인하와 보조금 지급은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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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심우일·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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