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PGP 연구자 로랑 르브르통
▶ 수산대국 3국, 어구 많이 버려
▶GPGP 쓰레기 80%가 폐어구
▶OECD 플라스틱 생산 안 줄면 2060년 바다 폐플라스틱 4배
미국 서부 해안에서 배를 타고 서쪽으로 밤낮없이 나흘쯤 달리다 보면 푸른 바다에 색색의 양념 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은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자세히 보면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들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PGP)’라고 부른다. 남한 면적의 16배 크기(약 160만㎢ 추정)로 세계 각국이 바다에 버린 온갖 폐기물이 해류를 타고 흘러와 한데 모여 쓰레기장을 이룬 곳이다.
■한중일 폐어구가 태평양 망가뜨려
로랑 르브르통(40·사진)은 ‘지옥이 된 바다’를 상징하는 GPGP에 대해 가장 잘 아는 해양학자로 꼽힌다. 그는 2016년 네덜란드 비영리단체(NGO)인 오션클린업에 합류해 9년째 GPGP를 연구하고 있다.
뉴질랜드에 사는 르브르통은 지난 6월 28일 한국일보와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을 GPGP라는 괴물을 만든 ‘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우리 연구팀이 2019년 이후 GPGP에서 플라스틱 파편(5㎝ 이상) 6,000여 개를 주워 포장지에 쓰인 글씨 등을 토대로 발원국을 분석했다”며 “한중일에서 온 비율이 76%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에서 온 쓰레기 비율은 10%로 일본(34%)이나 중국(32%)보다는 적었지만 위안 삼을 수 없는 수치다.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나라는 30~40개국쯤 된다. 왜 하필 한중일 세 국가가 해양 쓰레기 문제의 주범이 됐을까. 르브르통은 “수산업 규모가 매우 큰 나라들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수산업이 거대해질수록 더 많은 어구를 쓰고 버리는데, 이 쓰레기가 바다를 망가뜨리는 주된 오염원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GPGP에 떠있는 쓰레기 가운데 75~86%가량이 버려지거나 유실된 폐어구(그물, 통발 등)라는 게 르브르통 연구팀의 분석 결과다. 한중일 어부들이 유기·유실한 그물 등은 북태평양의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미국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사이까지 떠내려 가서 쌓인다.
르브르통은 “GPGP에 가보면 한국어가 적힌 어업 쓰레기는 흔히 볼 수 있다”며 “통발이나 부표, 제리캔(액체를 담는 손잡이가 달린 플라스틱 통) 등이 많다”고 설명했다.
■2060년 바다 플라스틱 폐기물 4배 증가
쓰레기장에도 생명체는 산다. 르브르통은 “최근 미국 동료 연구자들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원래 다른 지역에 살던 해양생물종이 쓰레기에 붙어 GPGP까지 떠내려오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바닷속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바위나 해초처럼 익숙한 자연 환경으로 여기고 살아남기 위해 적응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르브르통은 국제 사회가 마음을 고쳐 먹고 획기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의 바다는 더 암울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플라스틱을 계속 생산한다면 2060년에는 전 세계 바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4배로 불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떠내려오기 전에 이를 차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이 해양 과학자의 설명이다.
그는 강력한 국제 연대 없이는 GPGP를 비롯한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자 국제사회가 2015년 법적 구속력을 가진 '파리기후협정'을 만들었듯, 해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규범이 수립돼야 한다는 게 르브르통과 동료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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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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