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세 몰린 바이든 캠프, 트럼프發 ‘호재’에 재빨리 공세 전환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폭탄급 발언'의 충격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측이 반격에 나섰다.
최근 공개된 특검 보고서로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부각되자 수세에 급급했던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돌출 발언에 편승, 재빨리 공세로 전환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2일 바이든 대통령이 반갑지 않은 고령 이슈에 발목이 잡혀 있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충격적인 발언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바이든 대통령을 구출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1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러시아가 공격해도 나토 동맹들이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동맹국에 "나는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도 공격해도 된다는 '청신호'라면서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또 "슬프게도 이런 발언은 백악관 대통령 직무실로 돌아가는 첫날 자신이 찬양하는 독재자들처럼 독재하겠다고 공약한 남자에게서 예측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공격했다.
이어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나토 동맹은 미국민들에게 실제로 안보를 제공한다"며 "나토는 미국이 주기만 하는 동맹이 아니라 우리 모두 많은 것을 얻는 동맹"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앞서 지난 8일 바이든 대통령의 불법 문서 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한 로버트 허 특검은 수사 종결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 특검은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기억력이 나쁘지만 악의는 없는 노인'으로 표현,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문제는 대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형국이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내 기억력은 괜찮다(fine)", "나는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최적격 인물"이라며 해명에 나섰으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임기 중 최악의 날", "악몽"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바이든 캠프는 수세로 몰렸다.
하지만 이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격적 발언이 불거지자 바이든 대통령 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가끔 뭔가 까먹는 노인'일 수는 있지만 상대 후보는 '나이도 많으려니와 위험할 정도로 무모한 인물'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고령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특검 보고서로 타격을 입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ABC 뉴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조사 결과 86%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하기에는 고령이라고 답했으며, 77세인 트럼프에 대해서는 62%가 같은 답을 내놓았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문제처럼 공격을 받을 때는 주제를 최대한 빨리 바꾸려는 것이 미국 정치권의 전통적인 정치 전략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캠프의 전략에 딱 들어맞는 행동을 했다고 NYT는 평가했다.
민주당의 한 전략가는 "도널드 트럼프는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그는 항상 관심의 초점이 되려고 애쓰며 심지어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로버트 기브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발언으로 '상대방이 곤경에 처해 있으면 그저 방해하지 말고 그냥 놔두라'는 정치권의 오랜 격언에 신경 쓸 능력이 없음을 입증했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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