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외선거 참여 위해 국적 회복한 사연
▶ 독립유공자 후손 배기호 OC 장로협의회장
▶지역구 투표 가능…“한인들 꼭 투표하길”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한국 국적을 회복한 배기호 OC장로협의회 회장이 국적증서와 집안 내력을 기술한 책을 내보이며 재외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는 4월10일 실시되는 제20대 한국 국회의원 선거의 재외국민 유권자 등록 마감일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12년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는 재외국민들에게도 투표권이 다시 부여된 이래 7번째 치러지는 선거다. 마감일을 앞두고 LA 총영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회와 LA한인회 등 각 한인단체들이 힘을 합쳐 막바지 유권자 등록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 한국 국적을 회복한 배기호 OC 장로협의회 회장을 만나 이번 재외선거에 임하는 각오와 마음가짐을 들어봤다.
배기호 회장의 증조부인 배성두 선생은 선교사 알렌을 통해 크리스천이 됐고 자신이 운영하던 한약방 마당에 김해교회를 세웠다. 조부는 미션스쿨인 대구 계성학교와 서울 경신학교를 거쳐 3.1운동 당시 세브란스 의전 학생 신분으로 독립운동을 하다 일경에 체포돼 갖은 고초 끝에 서대문 형무소에서 세상을 등진 배동석 열사다.
배기호 회장은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하고 27세 때인 1971년 ‘사진신부’의 자녀였던 고모의 초청으로 하와이에 발을 디뎠다. 이후 인디애나주 버틀러 약학 전문대학원에서 다시 공부했고, 1975년 이래 40여년간 약사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군대에서 국회의원 선거 1번, 제대 후 대통령 선거 1번 딱 두 차례 투표를 했었어요. 1977년 시민권을 취득하고 나서 한번도 미국 선거를 거른 적이 없지만 조국인 한국에서 실시되는 선거에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죠.”
그런 그에게 한국 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2020년 8월 독립유공자 후손 자격으로 대한민국 국적회복증서를 받게 되면서다. 배 회장이 재외국민으로서 처음으로 투표했던 선거는 2022년 제20대 한국 대통령 선거였다.
“서둘러 유권자 등록을 마치고 오렌지카운티 한인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 가서 귀중한 한표를 보탤 수 있었죠. 그 때 느꼈던 짜릿함과 가슴뭉클함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됐습니다.”
그는 올해 국회의원 선거에 두번째로 참여하게 된다. 한국에 주민등록이 없는 영주권자의 경우 비례선거 투표권만 주어지지만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국적을 회복하고 주민등록을 발급받은 배 회장은 지역구 투표도 가능하다.
어떤 당과 어느 후보를 찍을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배 회장은 “정직한 정당,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는 후보에 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그는 좀처럼 열기가 일지 않고 있는 재외국민 유권자 등록률과 저조한 투표율에 아쉬움이 크다.
“전 세계 200만명의 추정 유권자 중 50%가 유권자 등록을 하고, 이 가운데 절반만 투표해도 50만표입니다. 2022년 대선 당시 양당 후보의 표차가 25만표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50만표만 똘똘 뭉쳐도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투표 참여를 주저하는 한인들은 현장 투표만 허용되는 재외선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우편 투표나 인터넷 투표를 도입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재외국민 표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배 회장은 “2022~23학년도 기준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 유학생 수만 4만3,847명이고 이들 대부분이 국외부재자로서 투표권을 갖고 있을텐데 유권자 등록 자체가 저조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아무리 오래 살아 살아도 한인 1세들의 DNA 속에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깊게 심어져 있다. 하물며 한국에서 나고 자란 MZ세대 지상사 직원이나 유학생들에게 조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부디 이번 선거에 반나절만 시간을 내서 어렵게 되찾은 재외선거 참정권을 소중하게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
노세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