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렌트비 인상 억제에 유지비용 등 ‘골머리’
▶아파트 매매 줄어들어
▶ 고금리에 공사비도 쑥 손 터는 투자자 속출

아파트 시장 침체로 신축 공사 중단 및 지연 사례도 나오고 있다. 공사가 멈춰선 LA 한인타운 올림픽가의 한 아파트 모습. [박상혁 기자]
LA 부동산 투자업체인 디크론 프로퍼티스는 소유하고 있는 LA 소재 아파트 건물 2동(144유닛)을 최근 4,090만달러에 처분했다. 아파트 부동산을 판매해 아파트 임대업에서 손을 떼면서 현금을 챙기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디크론 프로퍼티스의 데이비드 나겔 최고경영자(CEO)는 “LA시의 맨션세와 렌트비 인상 억제 정책 등이 엎치고 덮치면서 아파트 임대업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다”며 “법 제도에 구애 받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을 찾아 LA에서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타운 내 아파트 건물 4동을 임대 관리하고 있는 한 한인 부동산 업체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렌트비 미납에 따른 강제퇴거 유예조치는 모두 해제됐지만 렌트비 미납 세입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업체의 한인 대표는 “퇴거 소송을 해도 법원의 처리 적체로 5~6개월이 소요되는 것은 기본이어서 유지 비용은 비용 대로 들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렌트 수요 둔화에 재융자까지 어려워진 상황이라 아파트 건물을 매물로 내놓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아파트 신축 공사가 중단되거나 시공 계획이 연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LA 한인타운 올림픽가에서 신축 중이던 한 아파트는 건물 골조 공사가 끝난 상태에서 지난해 연말 공사가 돌연 중단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예상보다 늘어난 공사 단가에 금리마저 폭등해 3차 융자까지 쏟아 부었음에도 시공업자가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타운에서 아파트 신축 허가를 받아 놓은 한 시공업자는 “더 이상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대부분의 아파트는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며 “무리해서 완공한다 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없어 시공 일정 연기를 심각하게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LA 아파트 부동산 시장에 위기의 빨간불이 켜졌다. 고금리에 따른 수요 둔화 여파에 LA 시의 맨션세와 렌트비 인상 억제 정책까지 겹치면서 아파트 시장에서 소위 큰 손 투자자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있어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야디 매트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LA 지역에서 매매된 아파트 건물은 40동으로 금액으로는 12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에 비해 77%나 크게 감소한 수치다.
아파트 유닛당 거래 금액도 감소했다. 지난해 1~9월 사이에 판매된 유닛당 가격은 32만5,294달러로 전년 대비 25%나 떨어졌다.
LA 지역 아파트 매매가 급감한 것은 주택 시장의 침체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아파트 렌트비의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아파트 건물 구매 수요가 줄어든 것이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LA 시의 관련 법들도 아파트 부동산 시장 부진에 한몫하고 있다. 500만달러 이상 고가 부동산 매물에 대해 4~5.5%의 양도세가 부과되는 맨션세와 LA시 아파트의 75%가 렌트비 컨트롤에 해당되는 현실은 투자 의기를 꺾기에 충분하다. 렌트 수요 둔화에 신규 대출도 쉽지 않아 부동산 투자업체들이 LA 시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LA 아파트 부동산 시장에서 이탈하는 조짐은 아파트 건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LA 지역에서 신규 건설된 아파트는 모두 6,277유닛으로, 전년 대비 16%나 감소했다.
LA시 아파트 부동산 시장의 침체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해봉 마스터즈 부동산 대표는 “팬데믹 기간에 대출을 받은 부동산 업체들의 대출 만료가 올해 집중되어 있어 자칫 디폴트 매물이 크게 늘어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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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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