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 복귀 부진·수요 급감…공실률 올해 말까지 16%↑
▶ 대거 대출상환 연장 만기, 헐값 매각·소유 포기 사태
미국 내 오피스 임대 수요가 좀처럼 회복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의 대형 로펌인 닐 거버 아이젠버그 로펌은 최근 기존 11만3,000스퀘어피트 규모의 사무실 공간을 9만스퀘어피트로 줄여 임대 계약을 다시 했다. 사무실 공간을 줄인 것은 사무실 출근일을 1달에 8일로 축소한 데 따른 조치다.
수요 부진에 따른 오피스 부동산 시장의 부진은 미국 내 오피스 부동산에 투자한 한국 은행들의 손실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5개 은행들의 해외 오피스 부동산 펀드 판매 잔액은 총 7,531억원으로 이중 미국 투자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투자금을 모아 해외 오피스 부동산 지분이나 소유권을 확보해 임대 수입으로 배당금을 지급하고 만기 도래 전 자산을 매각해 최종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만일 부동산을 사들인 가격보다 파는 가격이 낮은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오피스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매각 자체가 안되면 ‘물리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내년 미국 오피스 시장이 더 얼어붙을 수도 있어 원금 손실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 오피스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엔데믹에도 불구하고 오피스 부동산 임대 수요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다. 대출금 상환 연장에 대한 만기가 도래하고 있지만 오피스 수요가 반전의 가능성 높지 않다 보니 공실률 증가에 대출금 연체 급등으로 오피스 건물주들은 헐값에 매물로 내놓거나 소유권을 포기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피스 부동산 시장의 경기 침체는 시작에 불과할 뿐 올해 오피스 시장의 침체 강도는 올해 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은 미국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 지연에 따른 오피스 수요 감소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올해 오피스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 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면서 오피스 수요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큰 이유다. 기업근무환경 모니터링 업체인 스쿠프 테크놀러지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현재 재택 및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취하고 있는 기업이 전체에서 6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51%에서 16%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다.
사무실 복귀율도 정체다. 미국 내 10개 주요 대도시 건물 출입 보안카드 관리업체인 캐슬시스템에 따르면 기업들의 사무실 출근은 팬데믹 이전 수준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기관 플레이서닷ai는 지난해 말 시장 보고서에서 “사무실 복귀율은 60~65% 수준으로 답보 상태에 있다”며 “오피스 부동산 시장은 월별 등락은 있지만 전반적인 침체 속에 실질적인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감소하고 있는 오피스 수요는 공실률을 끌어 올리는 동인이다. 코스타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오피스 공실률은 13.6%로 사상 최고치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말에는 15.7%로 더 높아지고, 2026년 말에는 17%를 상회할 만큼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다.
공실률이 늘어나면 오피스 건물주들은 임대 수입 감소에 비용 상승 압박으로 대출 상환에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분석업체 트렙에 따르면 대출 상환 연체율은 팬데믹 이전 1%대에서 현재 6%대를 넘어섰고 내년 하반기에는 8%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WSJ은 “상당수 오피스 빌딩 소유주들의 대출이 만기에 이르렀고 오피스 수요 감소로 인한 대출 연체 등 비용 압박을 견디지 못해 내년에는 헐값에 매물로 나오는 오피스 건물들이 늘고 아예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넘기는 사례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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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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