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비리아의 밤’(Nights of Cabiria·1957) ★★★★½(5개 만점)

밤의 여인 카비리아는 척박한 일상 속에서도 삶에 대한 불굴의 희망을 잃지 않는다.
눈물 속에 미소짓고 미소 속에 눈물짓는 왕년의 명 연기파 줄리에타 마시나가 주연하고 그의 남편인 이탈리아의 명장 페데리코 펠리니가 감독한 흑백 명작이다. 펠리니는 1966년 ‘길’로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데 이어 다시 이 영화로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고 마시나는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탔다.
로마교외 빈민지대에 사는 천진난만하나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창녀 카비리아의 눈을 통해본 로마의 사회상과 서민들의 삶 그리고 가톨릭에 대한 비판을 담은 뛰어난 사실주의 영화로 슬프고 통절하면서도 우습고 따스하며 또 희망으로 가득 찬 영화다.
이 영화가 이렇게 감동적인 이유는 전적으로 마시나의 모든 색깔을 지닌 감정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천태만상의 얼굴 표정 연기 때문이다. 피에로의 그 것을 연상케 하는 동그랗고 큰 눈을 한 얼굴로 기쁨과 슬픔, 절망과 환희 그리고 고뇌와 좌절과 상심 또 삶에 대한 무작정한 낙관론과 인간의 순수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그 얼굴이야말로 천의 얼굴이라고 하겠다.
영화는 카비리아가 손에 든 핸드백을 내저으며 깡충깡충 뛰면서 건달 애인과 함께 티베르 강가로 놀러 갔다가 자기 돈을 노린 건달에게 강에 떠밀려 익사 직전에 구출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착해 빠지고 모든 것을 선하게 보려는 카비리아의 큰 결점은 남자판단이 나쁘다는 것.
카비리아는 어느 날 극장에서 만나 사귀다가 결혼까지 하기로 한 순박한 모습의 회계사 오스카(프랑솨 페리에)로부터 또 다시 배신을 당하고 몸부림친다. 카비리아가 밤의 강 언덕에서 온몸을 뒹굴면서 “차라리 날 죽여 달라”며 울부짖고 고통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데 이런 절망감은 카비리아가 다시 보여주는 삶에 대한 꺼지지 않는 희망의 미소 때문에 치유를 받게 된다. 카비리아야 말로 불굴의 삶 그자체이다.
채플린을 연상케 하는 작은 체구의 마시나의 으스대는 듯한 몸동작 또한 그의얼굴 연기 못지않게 뛰어나다. 펠리니의 영화음악 단골작곡가인 니노 로타의 음악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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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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