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나 디리스킹’ 본격화
▶ 신사업·서비스 개편 촉진, 일본 업체 아연배터리 시도…나트륨이온 개발도 진전
GM·BMW EESM 준비
미국 캘리포니아 코스타메사에 있는 테슬라 매장의 모습. [로이터]
글로벌 자동차·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를 쓰지 않는 전기차 모터를 개발하는가 하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아연·나트륨 배터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에 공급망을 계속 의존할 경우 미중 지정학적 갈등 등으로 불똥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유럽·일본의 디리스킹(위험 제거)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화학 그룹인 닛폰쇼쿠바이는 아연 배터리 상용화에 필수적인 분리막을 이르면 내년에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 2차전지 시장은 에너지밀도가 높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악하고 있다. 다만 화재 위험이 높고 중국이 리튬 가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아연 배터리가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여러 번 충전하면 기능이 급속하게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이번에 닛폰쇼쿠바이는 이 같은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분리막을 개발했다. 특히 아연은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닛케이는 “닛폰쇼쿠바이가 테스트를 위해 국내외 여러 제조 업체에 분리막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르면 내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최대의 배터리 제조사인 스웨덴의 노스볼트도 중국 의존도가 높은 리튬·니켈 등을 쓰지 않는 나트륨이온 배터리 개발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
페테르 칼손 노스볼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동·아프리카·인도 등에 우리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해 수백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 배터리에 비해 저렴하고 안전하지만 에너지밀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노스볼트는 배터리 출력을 ㎏당 160㎾h까지 끌어올렸다. ESS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최고 출력은 180㎾h, 전기차용은 300㎾h다. 노스볼트는 내년 첫 샘플을 고객에 인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최근 반도체·배터리 등의 핵심 원자재인 갈륨·게르마늄·흑연 등의 수출을 통제했다.
또 미국이 전기차 배터리에서 중국산 광물의 의존도가 높을 경우 세제 혜택 대상에서 배제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고 유럽도 이와 유사한 핵심원자재법(CRMA)을 추진하자 서둘러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희토류 가격이 널뛰기를 하는 것도 기업들이 희토류 사용을 줄이는 이유다. 일례로 전기차 모터용 영구자석에 쓰이는 희토류 광물인 네오디뮴 가격은 2020년 ㎏당 65달러에서 지난해 223달러까지 치솟다 최근에는 125달러로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배터리뿐 아니라 전기차 모터 분야에서도 탈중국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자동차 업체들이 지금까지는 희토류를 사용하는 영구자석 동기 모터에 의존해왔지만 이제는 희토류를 쓰지 않는 모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초 테슬라는 차세대 전기차에서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제너럴모터스(GM)와 BMW, 재규어랜드로버, 미 자동차 부품 회사 보그워너 등도 희토류를 아예 쓰지 않거나 적게 사용하는 ‘외부 여자(勵磁)형 동기 모터(Externally Excited Synchronous electric Machine·EESM)’를 개발하거나 개발 중에 있다.
일본 닛산은 아리야 크로스오버 차량에 이미 EESM을 탑재했으며 EESM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희토류 사용을 줄이는 영구자석 동기 모터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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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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