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이 편지를 읽을 때면’(When You Read This Letter) ★★★★ (5개 만점)

막스가 테레즈를 껴안고 함께 칸을 떠나자고 간청하고 있다.
후에 걸작 범죄영화들인 ‘도박사 밥’과 ‘사무라이’ 및 ‘붉은 서클’ 등을 만든 프랑스 느와르 영화의 명장 장-피에르 멜빌의 1953년산 초기작품. 섹스와 돈과 금지된 욕망이 뒤엉킨 흑백영화로 1950년대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샹송가수 쥘리엣 그레코의 모습과 가혹할 정도로 자신을 억제하는 연기가 볼만하다. 이와 함께 유명 촬영감독 앙리 알르캉의 칸 현지 촬영과 음악도 좋다.
테레즈(그레코)는 수녀 서약을 하기 직전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칸에 사는 여동생 드니즈(이렌 갈테르)를 돌보기 위해 수녀원을 나온다. 드니즈를 극진히 사랑하는 테레즈는 부모가 남겨준 작은 문구상을 경영하면서 사는데 동네 미캐닉으로 신체 건강하고 잘 생긴 날건달 막스(필립 르메르)가 드니즈를 유혹하면서 강간과 털이와 자살기도와 살인이 일어난다.
테레즈는 막스에게 반한 동생을 구원하려고 애를 쓰는데 느닷없이 막스가 “내가 진짜로 사랑하는 것은 당신”이라면서 테레즈에게 고백, 도덕의 갑옷으로 영육을 감싼 테레즈를 당혹하게 만든다. 테레즈는 자기도 모르게 막스에게 마음이 이끌리면서 자신의 비도덕적인 욕망을 억누르려고 안간힘을 쓴다.
아마추어 권투선수이기도 한 막스는 플레이보이로 칼턴 호텔에 묵고 있는 부유한 유부녀 이렌(육감적인 이본 상송이 우아하면서도 섹시하다)을 유혹해 자기 애인으로 만들고도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집적댄다. 그의 이렌 유혹을 돕는 것이 호텔의 벨 보이 비케(다니엘 커쉬가 교활하게 잘 한다). 그리고 막스와 비케는 한탕 해 아프리카로 튀기로 계획한다.
한편 막스는 테레즈에게 집요하게 사랑을 호소하면서 함께 칸을 떠나자고 조른다. 해변에서 막스가 쓰러진 테레즈를 붙안고 사랑을 호소하면서 함께 칸을 떠나자고 간청하는 장면이 처절하도록 뜨겁다. 그러나 테레즈는 비도덕적이요 부정직한 막스가 동생 드니즈를 겁탈했다는 것을 알고 복수를 계획한다. 그런데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다소 엉성하다.
선과 윤곽이 칼날처럼 뚜렷한 얼굴을 가진 그레코가 도덕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기를 차갑도록 냉정하게 잘 한다. 반면 막스 역의 르메르는 매력적인 악인의 카리스마가 부족해 마음이 안 간다. 그런데 르메르는 그레코의 실제 남편이었다.
<
박흥진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