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 스릴러의 거잔 알프렛 히치콕의 로맨틱하고 음울한 1958년 작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로 그의 영화 중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냉철한 기술적인 면과 심미적 예술성을 겸비한 탁월한 영화로 정열적이면서도 절망적이다. 이와 함께 히치콕의 영화 음악을 여러 편 작곡한 버나드 허만의 스산하게 로맨틱하고 귀기 서린 음악도 아주 좋다.

또 미로 같은 플롯과 여주인공 역의 킴 노백의 눈동자가 바람개비가 되어 돌아가는 그래픽 디자인으로 된 오프닝 크레딧 장면을 비롯해 터질듯이 끌어안고 키스하는 두 연인 제임스 스튜어트와 킴 노백을 감싸 돌면서 회전하다가 두 사람을 향해 카메라가 급하게 다가가는 촬영(로버트 서티스) 등 모든 것이 완벽한 작품이다. 살인과 미행과 로맨스 그리고 동경과 집념이 뒤엉킨 영화로 올 칸영화제서 감독상을 탄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은 히치콕의 이 영화를 연상케 하는데 박 감독은 히치콕의 열렬한 팬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붕 위로 도망가는 범인을 추격하다가 고지공포증자(제목)가 돼 은퇴한 형사 스카티 퍼거슨(스튜어트)은 옛 학교 동창인 회사 사장의 부탁을 받고 친구의 금발 미녀 아내 매들렌(노백)을 미행한다. 친구에 의하면 매들렌이 이상한 곳을 방문하면서 몽유병자처럼 행동한다는 것. 스카티는 매드렌을 미행하다가 여인의 차갑고도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된다.

그런데 이 매들렌은 진짜 매들렌과 매우 닮은 가짜 매들렌으로 본명은 주디 바턴(역시 노백). 그러나 이를 모르는 스카티는 매들렌을 계속 미행하는데 어느 날 매들렌이 샌프란시스코 교외의 수녀원의 종탑으로 올라갔다가 뒤 따라온 스카티가 보는 앞에서 추락사한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충격에 시달리는 스카티가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매들렌과 똑 같이 생긴 주디를 발견한다. 그리고 스카티는 집념적으로 주디를 매들렌으로 만들려고 애쓴다. 이 과정에서 스카티와 주디는 깊은 사랑에 빠진다. 스카티는 한 여자를 놓고 두 번이나 사랑에 빠지나 주디 마저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스카티는 사랑하는 여자를 두 번이나 잃은 셈이다.

히치콕은 자기 영화에 나오는 금발미녀들인 티피 헤들렌, 그레이스 켈리, 베라 마일스, 에바 마리 세인트 및 킴 노백 등에 집념했는데 따라서 스카티의 매들렌에 대한 집념은 히치콕의 금발미녀들에 대한 집념을 상징한다고 봐도 좋겠다.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