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암캐’(Le Chienne·1931) ★★★★★ (5개 만점)

거리의 여인 룰루는 어리숙한 모리스를 유혹해 돈을 뜯어낸다.
프랑스의 화가 피에르-오귀스트 르느와르의 아들로 ‘위대한 환상’과 ‘인간 짐승’ 및 ‘게임의 규칙’ 같은 명작을 만든 장 르느와르 감독의 애욕과 기민과 살인이 뒤엉킨 삼각관계의 치정극이다. 원작은 조르지 드 라 후샤르디에르의 소설. 영화는 인형극 속의 인물의 “이 영화는 드라마도 아니요 희극도 아니며 또 도덕적 메시지도 없다”라는 소개로 시작되지만 실은 계급과 신분을 비롯한 사회적 현상과 도덕성을 다룬 코미디 드라마다.
파리 몽마르트르에 사는 회사 경리사원으로 아마추어 화가인 수줍음 타는 모리스 르그랑(프랑스의 베테런 스타 미셸 시몽의 우물쭈물하는 연기가 일품이다)은 바가지를 긁어대는 아내 아델의 엉덩이에 깔려 사는 공처가. 그의 유일한 기쁨은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어느 날 밤 회사 회식 후 귀가하다가 길에서 자기 애인인 핌프 데데(조르지 플라망)에게 얻어터지는 젊고 섹시한 밤의 여자 룰루(자니 마레즈)를 구해주면서 파멸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룰루는 데데와 짜고 자기에게 반한 모리스의 껍데기를 벗겨먹기로 하면서 모리스는 룰루의 요구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회사 돈을 횡령한다. 룰루와 데데는 돈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모리스의 그림을 팔아먹는데 룰루는 화상에게 자기를 클라라 우드라고 소개하고 그림을 자기가 그렸다고 속여 판다. 그런데 그림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고가로 불티나게 팔린다.
모리스는 자기 그림을 팔고도 한 푼도 못 건지지만 룰루가 행복한 한 자기도 만족하는데 뒤 늦게 룰루가 데데의 애인이요 둘이 짜고 자기를 기만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와 질투에 눈이 멀어 편지봉투를 여는 칼로 룰루를 찔러 죽인다. 그리고 살인혐의는 데데가 뒤집어쓴다.
마지막 장면이 역설적인 희극으로 끝난다. 알거지가 된 모리스가 팔려서 고급승용차에 실리는 자신의 자화상을 보면서 함지박 미소를 짓는다. 거지가 되면서 비로소 자유로워진 모리스의 커다란 미소에 체념의 예지가 흐른다. 화면 구성과 흐름이 유연한 흑백촬영 그리고 발자국 소리 등 실제 음을 쓴 음향효과 및 유효적절하게 쓴 노래 등이 다 뛰어난 명화다. 이 영화는 1945년에 에드워드 G. 로빈슨과 조운 베넷 및 댄 듀리에 등이 나온 미국판 ‘진홍의 거리’(Scarlet Street)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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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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