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렬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자궁내막증 증상이 생리통과 성교통, 골반통 등이어서 별스럽지 않게 여겨 조기 진단 및 치료하지 못해 결국 불임까지 가는 안타까운 일이 적지 않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자궁내막(endometrium)은 자궁의 가장 안쪽 면으로, 임신 시 수정란이 착상하는 얇은 막이다. 자궁내막은 여성호르몬 영향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두꺼워졌다가 얇아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두꺼워진 자궁내막 조직이 떨어져 나가면서 생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자궁내막이 자궁이 아닌 난소·나팔관·자궁경부·자궁 외부 등에 발생하면‘자궁내막증(endometriosis)’이라고 한다. 자궁내막증이 발생하면 생리통ㆍ성교통ㆍ골반통 등이 나타나고 난소 기능이 떨어져 임신ㆍ출산이 어려워진다. 자궁내막증 환자가 2017년 11만 명에서 2021년 18만 명으로 꾸준히 늘었고, 특히 20, 30대 환자 비율이 38%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궁내막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 10명 중 1명이 겪고 있으며, 난임 여성의 30~40%가 이 질환에 노출돼 있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생리 때 복강 내로 역류한 자궁내막 조직이 증식해 발생한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또한 복강 세포가 여러 인자로 인해 자궁내막 세포로 변형돼 발병하거나 면역ㆍ유전학적 요인도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자궁내막증을 앓으면 물주머니 모양의 혹(자궁내막종)이 생기고, 생리통ㆍ성교통ㆍ배변통 등이 발생한다. 만성 골반통 환자의 50% 이상에서 자궁내막증이 있다고 보고될 만큼 다양한 통증과 관련 있다. 특히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의 임신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문제다. 많은 연구 결과, 자궁내막증 환자는 난소 기능뿐만 아니라 질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유산율이 30~40%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어 조기 진단ㆍ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자궁내막증 치료는 어떻게 하나.
수술과 약물 치료로 나뉜다. 수술은 자궁내막증을 제거하기 위한 근본적인 치료법이지만, 미혼 여성과 난소 기능이 떨어진 여성은 수술하면 낭종을 제거할 때나 지혈 과정에서 난소 기능 저하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어 약물 치료를 우선 시도한다.
하지만 자궁내막증이 발생한 부위가 일정 수준 이상이거나 증상이 심하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수술을 시행하면 난소 기능이 더 떨어질 수 있으므로 수술하기 전에 난자 동결 등 가임력 보존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수술 후 5년 내 50% 정도가 재발하기에 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약물 치료로 재발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
-가임력 저하를 줄이면서 치료하는 방법은 없나.
그동안 명확한 치료 방침이 없어 난임 두려움으로 수술을 미루는 환자가 종종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술하기 전에 건강한 난자나 배아를 동결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수술하기 전에 난자나 배아를 동결하면 수술 후 임신을 원할 때 이를 이용하면 가임력을 보존하면서 적극적으로 자궁내막증을 치료할 수 있다. 동시에 수술 전후에도 여러 차례 가임력 보존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가임력 보존법 가운데 난소를 동결 보관했다가 이식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암 환자의 가임력 보존을 위해 주로 쓰이고 있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난소 이식 후 기능을 높이기 위해 ‘산화질소 방출 나노 입자를 이용한 코팅 난소 이식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이식된 난소에 혈관이 생성되기 전까지 혈액ㆍ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재이식한 난소가 손상되는 문제점을 개선해 가임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아직 전 임상 단계이지만 난소 동결 이식 성공률을 높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자궁내막증 환자나 난자ㆍ배아ㆍ난소 동결을 고려하는 이에게 조언한다면
자궁내막증에 걸리면 난자 질과 난소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수술해도 가임력 저하를 막을 순 없다. 또한 별다른 질환에 걸리지 않더라도 여성은 35세가 넘으면서 난소 기능과 난자 수 감소가 급격히 진행되고, 난자 염색체 이상도 증가한다.
따라서 나중에 임신을 계획한다면 가임력 보존을 위해 난자ㆍ배아 동결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난자ㆍ배아 동결이 불가능한 암 환자라면 난소를 동결했다가 이식하는 방법도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적절한 치료를 병행한다면 자신의 2세를 건강하게 낳을 수 있다. 고령 임신이 보편화된 만큼, 가임력 보존 시술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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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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