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었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로 지쳐 있는 이때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져 세계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물질을 더 갖고 싶은 욕망으로 불안해했다면, 지금 코로나 시대에는 세균뿐만 아니라 전쟁으로부터 다가오는 생명의 위협으로 불안해하고 있다.
오늘날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이기주의의 팽배이다. 이기주의는 ‘타인에 대한 생각의 부재’를 뜻한다. ‘너’는 없고, ‘나(Ego)’만 존재하는 이기주의는 내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남의 피해나 고통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개인 간의 이기주의는 인간관계 파괴의 주범이며, 현 시대의 자본주의 모순의 원인 또한 제공하고 있다. 개인이나 위정자 혹은 국가의 이익을 채우기 위한 지역 이기주의, 종교 이기주의, 또는 국가 이기주의는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과 테러의 어두운 씨앗인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지나온 역사상의 무서운 전쟁들이 다 그렇게 이기주의 때문에 시작되었던 것이다.
코로나 이전의 이기주의 사회를 잘 표현한 ‘폭력국가(The locust effect)’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전 세계 여성의 1/3이 구타를 당하거나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폭력은 사회의 최약자들을 먹잇감으로 삼는다. 공포 속에서 살고 있는 힘없는 빈민들의 배고픔, 성폭행, 인신매매, 명예살인, 불법감금, 인권유린, 현대판 노예제도 등 생생한 실화를 충격적으로 전해주고 있다. 미 연방검사 출신인 저자는 개발도상국에서 구조적이며 일상적인 폭력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였다. 그 방법으로 우선 식량공급보다 시급한 것은 폭력을 금지할 법제정과 법 체제 확립이라고 주장하였다.
일부는 맞다. 폭력의 원인이 가난과 법의 부재이다. 그러나 나는 폭력의 근본적인 뿌리는 이기주의라고 생각한다.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식의 힘 있는 자의 이기주의적 생각의 팽배가 폭력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즉 폭력국가의 주인공은 자기중심적 욕심에 사로잡혀있는 사람이나 위정자들이다.
따라서 나는 법 보다 먼저 ‘생각의 혁명’이 더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법을 잘 만든다 하더라도 생각이 제대로 바뀌지 않는 한, 법을 ‘종이호랑이’로 생각하고 무시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치 고인 물 속에 살고 있는 두 마리의 물고기와 같다. 고인 물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다른 한 마리를 죽이면 혼자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썩은 송장 물로 인해 남은 물고기마저 죽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혼자만 살려고 발버둥치는 이기적인 생각이 오히려 자신에게 죽음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깨닫고, 이웃의 필요를 채워주며 공존하는 생각으로 바꾸는 것이 ‘생각의 혁명’이다.
힘든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는 혼자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국가 시대보다 더 타락할 것인지 아니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폭력국가를 포기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정의 없는 힘은 폭력, 힘없는 정의는 무기력’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의 없는 힘이나 힘없는 정의는 모두 이기주의일 뿐이다. ‘나 먼저’, 혹은 ‘내 국가 먼저’라고 외치는 캠페인 속에 우리의 이타주의는 멍들어가고 지구촌 공동체는 와해되고 마는 것이다.
개인의 이기가 국가의 이기를 낳고, 국가의 이기가 전쟁을 낳는다. 전쟁은 이기주의의 폭력이다. 따라서 전쟁은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일어나서는 안 된다.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코로나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선택은 전쟁의 폭력이 아니라 다 같이 공존할 수 있는 휴머니즘의 회복이다. 왜냐하면 휴머니즘의 회복이 바로 인간 승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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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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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정의도 이기주의일 뿐이라구요? 인간승리인 휴머니즘의 회복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이타주의적 생각의 혁명으로? 국가의 존립목적 중 하나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고,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의 일환이 정의의 실현일텐데요. 마이클 샌댈교수도 정의가 무엇인지 명확한 결론을 주지않네요. 이상적인 생각은 그것을 어떻게 실현시키는냐가 뒷바침 되어야 하지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