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V 민낯 보기 위해 산호세서 SF까지 도보여행
▶ 본보에 ‘실리콘밸리 스케치’ 칼럼 기고 예정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 섬에 피어 있을까?”
한국의 서정시인 함민복의 시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의 한 구절이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무역관에 부임해 지역 정서와 문화 특히 이 지역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는 김욱진 차장(38세, 사진)이 즐겨 읽는 시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실리콘밸리 이방인의 궁금증은 1년여 남짓 거주하고 있는 동안 남다른 활동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베이 지역 단면을 보기 위해서는 지역 곳곳을 다니면서 체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따라 밀피타스에서 오클랜드까지 또 산호세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도보 여행을 했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되었겠지만, 지금은 세계 하이테크 메카로 자리잡고 있는 그 배경은 무엇일까.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지역 곳곳에는 과수원을 볼 수 있는 평온이 남아 있었지만 치열한 기술 및 생존 경쟁에 따른 혁신이 그 중심일까, 이런 남다름을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계획했죠.”
김욱진 차장은 강릉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학생 때 공부를 소홀히 한 탓에 졸업하고도 사회를 알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여 산다. 세계를 떠돌 수 있는 직업을 찾아 헤매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들어갔다. 막상 번지수를 제대로 짚은 건지 한창 고민하던 2013년 하반기, 이란 테헤란무역관으로 발령이 났다.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페르시아어를 배우면서 이란을 보다 체계적으로 알고 싶어졌다. 학업을 병행해 이란 국제관계 대학교에서 이란학을, 테헤란대학교에서 기업가 정신을 공부했다. 2015년부터 내일신문, 경향신문 등 일간지에 정기적으로 이란 칼럼을 기고했다. 회사에서 임명한 ‘이란 전문가’ 활동을 하느라 예정된 근무 기간을 넘겨 5년을 꽉 채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란에서의 경험을 내용으로 ‘어느 세계시민의 자발적 이란 표류기’라는 책을 저술한다.
이어 발령 난 곳이 기업가 정신의 본산지 실리콘밸리.
“실리콘밸리로의 발령은 저에게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꽤 흥분했었습니다. 남다르게 기업가 정신에 매료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최근 그가 실리콘밸리의 색다른 면을 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발견은 ‘Seeing Silicon Valley’(실리콘밸리의 이면)라는 책이었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신화의 중심지가 되어 있습니다. 외부인들에게도 이 지역은 남다른 부와 혁신의 약속으로 빛이 났죠. 이 이미지 뒤에는 인종, 계급, 국적별로 복잡하고 모순된 방식으로 분리된 또 다른 실리콘밸리가 있다는 것을 사진과 친밀한 필체로 표현 했더라구요. 실리콘밸리의 숨겨진 이면을 보게 됐습니다.”
실리콘밸리 무역관에서 해외 시장 조사, 무역관의 활동 기획 등이 주 업무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기업가 정신의 본질, 그리고 이 지역의 숨겨진 모습을 찾아내서 공유하고 싶다는 김욱진 차장.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을 따라 도보 여행기를 담은 ‘일상이 산티아고’ 등 2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이기도 한 그는 3월 중순부터 본보에 ‘실리콘밸리 스케치’라는 제목으로 정기적으로 기고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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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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